각자의 목적이 다르다.
벌써 거의 10년 전 코이카 국제협력단을 통해 아프리카 봉사활동을 갔던 시절, 가장 놀라웠던 부분은 '해외봉사'를 목적으로 모인 집단 내에서도 개개인의 목적이 다르다는 거였다.
그당시엔 지금보다도 더 곧이 곧대로였기에 그 충격이 며칠을 갔던 기억이 있다.
해외봉사라는 건 당연히 선의로 개발도상국 국가의 사람을 돕기 위해 자원을 하는거라고 생각했는데,
가령, 사업 기반과 인적 네트워크를 만들기 위해서 오신 분, 해외여행의 기회를 위해서 오신 분, 직장이 여의치 않아서 오신 분 등 갖가지 이유가 있었다.
그러다보니 타인을 돕는다는 목적 보다는 좀더 편하게 대우 받으며 지내면서 한국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목적이 큰 사람들이 있었고, 나와 부딪히곤 했다.
그들의 불만은 내가 한국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거였고,
나의 불만은 한달에 두번 이상, 거점이었던 우리 도시의 우리집에서 몇짝의 술을 마시러 모인다는 거였다.
그들의 바람은 너는 선의로 이곳에 왔으니 당연히 당신들의 모임을 즐겁게 맞이해야한다는 거였다.
고지식한 나는 현지인들과 소통을 위해 매일 프랑스어 공부를 2시간 이상씩 했고, 기관 수업도 적게는 6시간 길게는 9시간 주5일을 가득 채워 근무를 했다.
그들은 언어를 핑계로 기관에 나가는 시일을 미루거나, 한국 사람들과의 모임을 위하여 주 1회~3회 정도만 기관에 나가곤 했다.
당연히 나하고는 삶의 패턴도, 사고방식도, 우선순위도 너무도 달랐다.
아프리카 세네갈 현지에서 6개월 만에 DELF B1을 취득한 나에게 그들은 칭찬과 질투의 말을 전하곤 했다.
이제는 동일 집단에서 갖는 개개인의 목적에 관대해졌다.
공산당도 개개인의 정신세계를 어느 수준 이상으로 지배하긴 힘들다. 그리고 반드시 아웃라이어는 존재한다.
그런 개개인의 특성과 목적을 존중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나의 삶을 존중하는 방법임을 배우고 있다.
나는 유투브 채널을 하나 운영하고 있는데, 기술사 관련 이야기다 보니 타분야 기술사분들도 종종 댓글을 다신다. 그리고 종종, 아니 사실 영상 하나에 1-2개 꼴로 악성댓글이 달린다.
대체로 기술사에 회의적인 사람들은 1) 정말 별로인 기술사를 경험했거나(우리 사이에도 블록리스트는 존재한다.) 2) 기술사 공부를 하다가 합격하지 못했거나. 두가지로 나뉜다.
대체로는 후자의 경우가 많고, 열등감의 발로라고 그저 웃어 넘긴다. 하지만 그렇게 댓글을 다는 마음도 충분히 이해는 한다.
오늘 새벽에 정성스럽게 달린 악성댓글은 정보관리기술사와 소방/건축/전기 기술사는 비교가 불가하다는 식의 글이었다.
그 댓글을 보고 동료기술사가 이런 사람이 다 있냐고 속상해했고, 나는 대체로 저런 분들은 기술사가 없는 경우가 더 많다고 가볍게 이야기했다.
그런 생각을 하는 근거는 내가 달달 외우고, 필사까지 했던 '기술사 윤리강령'에 상호 존중과 협력이라는 항목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동일 집단에 윤리강령이 존재한다고 해도 개개인의 특성에 따라 나처럼 달달 외는 사람이 있는 반면 전혀 신경쓰지 않는 경우도 있을 수 있었다.
갑자기 작년 여름 공공기관 일로 찾았던 공단의 매우 불친절했던 공무원의 등뒤로 보인 공무원 윤리강령이 생각이 났다.
그들도 그들만의 사정이 있겠지.
집단의 목적과 윤리강령을 초월하는 개개인의 존재와 그들의 삶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