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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816 안아주기

아빠와 엄마

by Noname

어린시절 우리집은 꽤나 화목한 집안이었다.

비록 한 아이의 죽음이라는 큰 트라우마를 엄마, 아빠 그리고 내가 각자의 몫으로 가지고 있긴 했지만

아빠는 유쾌하고, 다정하고, 따뜻한 분이셨기에


아주 어렸을때부터 아빠는 늘 엄마를 껴안고 우리와 함께 티비를 보셨다.

엄마가 저녁을 준비하거나, 항아리 공장에서 일을 하실 때면 아빠는 슬그머니 다가가 엄마를 뒤에서 꼭 껴안으시는 장면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그래서 내게는 포옹이 가장 큰 사랑의 표현이라고 각인되어 있다.


그렇다고 아빠가 우리를 먼저 안아주신 적은 없다.

아빠는 엄마를 무척 사랑하셨다.

돌아가시면서도 아빠는 '자네를 정말 많이 사랑했네.'라는 말씀을 남기셨다고 했다.

비록 그런 아빠의 사랑을 엄마는 실감하지 못했다고 말씀하시는게 참 어이가 없었던 기억이 있다.


나의 우울감은 그런 따뜻한 온기를 느끼지 못하는 기간이 길어지면 나타나곤 했다.


누군가가 따뜻하게 안아주어야 마음 속에 위안과 사랑받고 있다는 확신을 느끼는 건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남녀를 불문하고,

누군가와 따뜻한 포옹을 하고 나면 얼마 간의 삶이 그 온기만으로 충분히 완벽해지는 것이다.


배우 차승원님과 공효진님이 나온 드라마에서 남주인공이 여주인공을 안으며 '충전~~'하는 장면이 내겐 너무나 타당한 장면이라고 느끼는 데에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마흔을 앞두고, 이제 내게 다시 누군가를 만나 사랑을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이 포옹이라는 행위 자체를 스스로가 채울 수 있는 묘수를 찾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가령, 양팔을 겹쳐 내 자신을 꼬옥 안는다던지,

물론 애정이 필요하면 펭수 인형을 꼬옥 안지만 말이다.


20대 언젠가 프리허그가 유행할 때, 친구에게 말했다.

"우리 집 앞에 프리허그 해주는 알바가 매일 서있었으면 좋겠어.

그러면 나는 그 잠깐의 충전으로 다시 또 하루를 살아내고, 내 삶을 살아낼 힘을 얻을것 같아."


그당시 포옹의 효과를 찾아보며 나의 이 포옹에 관한 목마름이 보편타당한 심리적 위안 행위임을 확인하였었다.


그저 무심하고, 다정하게 토닥토닥 하며 안아줄 수 있는 따뜻한 마음

그 마음을 잘 간직하고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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