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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815 바람이 속삭였다.

세상이 너를 품고 있어

by Noname

고등학교 1학년 국어선생님께서는 자신이 되고 싶은 것을 써보는 숙제를 내주셨다.


그전까지는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이랄지, 내가 되고 싶은 직업이랄지 그런 식의 한정된 주제였기 때문에

'되고 싶은 것'이라는 주제가 너무나 반가웠다.


내가 진실로 원하고 염원하는 것은 '바람이 되는 것'이다.


진실로 나는 자유롭게 모든 것을 감싸는 바람이 되고 싶었다.


누워서 하늘 보기 만큼이나 좋아하는 것이 가만히 바람의 결을 느끼는 것이다.

동네 정자에 누워 3시간 가량을 그저 바람의 결을 느끼며 가만히 누워있었다.


바람결이 살결을 스칠때, 맞다, 포옹만큼이나 따뜻하고 부드러운 그 촉감에

엄마의 따뜻함과 아빠의 다정함과 이 세상과 이 우주의 존재를 느낀다.


그리고 바람결이 속삭이다.

있는 그대로의 너를 감싸주는 세상이 있단다.


부드럽게 간지러움 태우는 바람결에 나의 존재가 촉각으로 느껴진다.

그리고 나의 살결은 바람결을 통해 이 세상의 존재를 느낀다.


우리는 서로를 품고 있다.


매우 따뜻하게, 하지만 부서지지 않도록 소중하게

산뜻하고, 보드랍게 아주 소중하게


그 따뜻함과 배려가 너무나 좋다.


바람결과 같은 친구들이 있다.


다치지 않게, 소중하게, 그러면서도 따뜻하게


그 친구들 중 한명이 고등학생일적 필사해준 시가 있다. 시골집에 있어 오늘은 나도 그 시를 필사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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