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워치8 오지탐험 기능과 나의 여행 선호도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줄 알았는데,
이번 애플워치8에 탑재되었다는 오지탐험 기능을 보는 순간 뭔가가 꿈틀거렸다.
그리고 연휴기간 동안 내셔널지오그래픽 채널을 보면서 오지탐험 기능에 내 안에서 반응한 그것이 무엇인지 알았다.
나는 여행을 가고 싶었지만 여러번 가지 못했다.
부모님께 사랑받고 싶은 어린 자아가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지 않고, 그대로 포기했던 여행지들
인도, 제주도 자전거 여행과 한라산, 그리고 어쩌면 아프리카
조그마한 여자 혼자 가기에는 위험한 곳이었기에 부모님은 번번히 반대를 할 수 밖에 없었으리라.
그런데 그 반대가 쌓이면서 내가 떠나고자 하는 모든 곳에 눈을 감기 시작했고,
내가 원하는 곳이 아니면 갈 의미가 없었기에 여행에 그다지 의지를 보이지 못했었나보다.
언제나 내가 누군가와 어딘가에 가려고 할 때, 나는 한두군데 외에는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함께하는 사람의 기호와 우리의 일정에 따라 쉽게 포기하기도 했었다.
일본에 있는 지브리스튜디오 역시 내가 그토록 열망했지만, 일정상 친구가 가보고 싶어하는 곳을 가는 것으로 양보를 했었다. 그날 눈이 정말 많이 와서 가려던 곳에 못가게 되어 지브리스튜디오를 다녀올 수 있었던 건, 내게는 정말 행운이었다.
아프리카는 다녀왔지만 중도귀국을 해야했다.
중도귀국을 하기 직전, 친구와 유럽여행을 계획하고 있었다. 물론 유럽여행에 큰 의욕을 보였던 것은 아니다. 내가 가고 싶었던 유럽 여행지는 스위스와 훈데르트바서 선생님의 건축물 두가지였다.
그때 아빠가 암에 걸리셨고, 6개월 정도 밖에 살지 못할 수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친구에게 양해를 구하고 나는 한국으로 돌아왔다. 쉬는 동안 너무나 답답했다.
아주 오래전부터 계획해 두었던 나의 꿈도 그때, 포기를 해야했다.
아빠는 잘 버텨주셨고, 4년을 더 사셨기에 어느 시점에서 나는 잠시 유럽에 한달만 다녀와도 될지 부모님께 여쭤보았다.
"... 철없이.. 지금 상황이 어떤지도 모르고."라는 엄마의 말에 나는 또 포기를 했다.
날개가 부러진 새와 같았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부모님의 탓이라기 보단, 나의 불안감과 두려움이 스스로에게 족쇄를 채웠는지도 모른다.
이대로 떠났다가 더 큰 일이 생기면 어쩌려고,
그 마음의 족쇄는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었다.
무기력하고, 답답했다.
아빠가 돌아가신 다음해에 포기했던 꿈을 다시 이루기 위해 '에티오피아'와 '보츠와나' 둘 중 한 곳으로 떠나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었다.
마음의 족쇄가 그때 내 발목을 더 쎄게 조이자, 내 건강에 이상이 생겨 그 계획들이 또다시 좌절 되었다.
그 뒤로는 동물원에 갇힌 새와 같이, 코끼리와 같이
내 꿈의 주변엔 얼씬도 하지 않고 그저 맴돌기만 했다.
더더욱 무기력해졌고, 이제 내가 남은 희망이란 죽음을 통해서 자유를 맛 보는 길뿐이었는지도 모른다.
요즘 베르나르베르베르 선생님의 '죽음'을 읽으면서 더더욱 확신이 들었다.
간절히 자유를 꿈꾸다가 결국 이 모든 것으로부터 벗어나 근본적인 자유를 찾는 길은 죽음뿐이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던 중, 이번 연휴에 다시 내셔널지오그래픽 채널을 보게 됐다.
따뜻한 나라 어딘가로 스쿠버다이빙 여행을 떠난 친구와 프리다이빙을 좋아하는 친구의 SNS를 보고,
바닷속 친구들을 보기 위해 그 두가지를 배워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그래, 맨몸으로 세상을 여행하는 것보다는 하늘과 바다를 모두 느끼고 볼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하는게 좋겠어.
그렇게 생각하니 사랑하는 친구와 지인이 있는 뉴질랜드와 호주에도 가고 싶어졌다.
가겠다고 몇번 말만하고, 그때도 역시 이런저런 사정에 의해 가지 못했다.
'당신의 아프리카에 펭귄이 찾아왔습니다.', '미안해 쿠온 엄마아빠는 히피야'라는 책들을 대학생 시절 도서관에서 빌려본 적이 있다.
한참 요리하던 냄비에 새똥이 떨어지자 휘휘 저으며 '이러면 문제가 없죠?'라고 했다는 현지인 에피소드가 생각이 났다.
사람들이 여행에 관한 나의 생각을 물을 때, 나는 그때마다 '사람 사는데가 다 똑같다.'라며 사람들의 질문에 답을 하면서 나의 마음 역시 억눌렀다.
이젠 무릎관절이 좋지 않아 산에도 가는 것도 조심스럽다보니 더더욱 그러했으리라.
산에 가도 같은 경로보다는 새로운 길이 더 궁금한 나는 오지탐험 기능이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헨젤과 그레텔의 실사판 같달까. 안전할 것도 같고, 그럼 괜찮지 않을까? 하면서 말이다.
나는 대체 부모님께 얼마나 사랑받고 싶기에 아직도 엄마의 반대를 염려하는 대학생인 상태일까.
이젠 내 인생을 살아야지 않겠나.
Vis ma v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