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마흔-808 건강하고 행복하자

그녀는 이제 아씨가 아닌 여사님

by Noname

오랜만에 중곡동에서 카페를 하는 친구를 방문했다.


운동을 마치고 낮술을 하다 잠이 들었다는 샤샤님을 만나 가는 길


더 자도 된다고 자라고 했지만

그런데 말야부터 시작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카페에 도착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는 일전에 봤을때보다 살이 붙어있었다. 건강해 보이니 다행이다.


도착하자마자 짤주머니를 다섯번이나 터쳐가며 만들었다는 제니쿠키를 한아름 안겨준 친구는 손님이 뜸해질때마다 와서 우리와 이야기를 나눴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한때 내가 정말 좋아했던 친구의 소식을 듣게되었다. 종종 친구들을 통해서 듣긴 했지만 우울한 기운을 좋아하지 않던 친구에게 내가 어떻게 비춰질지 두려운 마음에 연락하지 못하다가 나와는 멀어진 상태였다.


다행히 오늘 만난 친구들이 나의 빈자리를 채워준 덕에 사실 그저 고맙고, 다행이다 싶었었다.


마음도 아프고 몸도 아팠던 지난 몇개월

이젠 그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건강하고 행복하면 그걸로 됐다는 마음이 든다.


타인을 사랑하는 가장 최고의 방법은 나 자신이 먼저 건강하고 행복해지는게 아닐까 싶었다.


내가 건강하고, 행복하면 언제든 어디에서든 다른 사람을 품을 수도 있고, 교류가 적더라도 언젠가는 만날 수도 있고, 만나지 못한다고해도 상대를 위해서 기도를 해줄 수도 있는 일이니까.


하지만 내가 아프고, 힘들땐 시야가 극도로 좁아지거나 그런 모습이 민폐가 될까봐 숨어버리게 된다.


그리고 친구들 덕에 알게된 중요한 사실은

전직장을 다니며 스트레스로 식욕이 감퇴된 상태에서 식단을 여러달 이어왔고,

그러다보니 면역력이 떨어져서 코로나에 두번이나 걸릴 수 밖에 없는 상태가 됐을지 모른다는 것


외적으론 근육을 키워 허리나 목디스크는 좋아졌을지언정


건강하던때에 고기 6인분을 먹어치우고, 피자도 패밀리사이즈로 한판을 먹던 내가

식욕이 없으니 닭가슴살이나 가공된 도시락과 샐러드로 대충 때워버리니

근육이 붙어도 몸이 축날 수 밖에 없었구나 싶었다.


가녀려서 내가 늘 녜진아씨라고 부르던 친구는

이제 조여사가 되어 귀가 따갑도록 지방이 필요하다고!! 술을 마셔야한다고!!

하면서 하이텐션을 자랑하며 말하는데,


이야, 넌 이제 진짜 아씨 졸업했다. 여사님이야 이제 ㅋㅋㅋ


샤샤님과 조여사와 셋이 거의 10년만에 나란히 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그저 행복하고 좋았다.


그래, 우리 건강하고 행복하자.
생각처럼 자주 연락하진 못해도 그저 잘 지내고 있으려니하는 우리 사이의 담백함을 사랑한다던
이혜인 수녀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물론, 자주보니 더없이 좋지만

그렇지 못하는 날이 와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거니하며

다시 만나면 그저 반갑고 좋은 우리


이보다 좋을 순 없지!

그저 이 삶을 함께한 순간들이 있다는 것만으로 든든한 버팀목인걸

keyword
작가의 이전글마흔-809 상담3회기: 인정과 추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