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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806 기도할게요

애도

by Noname

지난 주말 친구들과 나눈 이야기 중

죽음에 관한 이야기가 있었다


나는 인생을 이제 길게 보기로 했다고 말했고

친구는 여전히 단 한번도 당장 내일의 죽음을 전제하지 않은 적이 없다고 했다


친구는 전날 두 사람의 허탈한 죽음의 소식을 들었다고 했다


나는 베르나르 베르베르 작가님의 ‘죽음’을 이야기했고, 우리는 존엄사에 관해 이야기했고, 가족의 암투병이야기를 나누었고, 나는 프란츠카프카 작가님의 ‘변신’을 추천했고, 친구는 ‘크리닉’이라는 영화를 추천했다


그런데 사실


나는 내 주변에서 이제막 수정이 된 생명의 죽음을 세번이나 물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가까운 분들에게서 벌써 세번이나 듣게 되었다


그날 친구는 ‘유산’이라는 것이 어쩔 수 없이 약한 난자와 정자가 수정되어버린 거라 이미 그렇게 될 아이였다고 했다는 산부인과 의사선생님의 말씀을 전했었다


그게 사실이 아니더라도 그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다

지난 날에 명상센터에 기거하면서 어쩌다보니 여러 분들의 지난 과거 이야기를 듣게 되었었다


그 중에는 그 옛날 자신의 어머니께서 임신을 원치 않아 약을 먹거나, 배를 때리거나 하는 등의 행동을 하거나


혹은 태어난 아이가 생기가 없거나, 딸아이라는 이유로 말 그대로 아랫목에 이불을 덮어 질식사를 시키려다 몇날 며칠이 지나도 숨이 붙어있어 결국 자신을 거두었다는 이야기를 여러번 들었었다


살 사람은 살게 된다


하지만 이런 말을 전하진 않는다

그 누구도 그들이 감내해야할 감정을 감히 이야기할 순 없다


밝게 웃는 이모티콘을 보내며 낮에는 말할 기회가 없어 톡으로 전한다는 회사 동료분의 톡을 받고


퇴근 무렵 벌겋게 물든 그녀의 눈이 생각났다

장난 반 걱정 반으로 눈이 왜 빨갛냐고, 울었냐고 물었었더랬다


그들은 모두 나보다 어른이다

어쩌면 나는 두려움에 더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현재 상태에 머물러 나하나만을 보고 살아가는데


새로운 존재를 받아들이고자 하였으며

새로운 생명을 얻었으나 이내 보내줘야했음에도


눈물을 훔치고, 괜찮다며 웃어보일테니


안아줄 수 있으면 좋으련만


몸도 마음도 잘 추스르길, 기도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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