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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805 다과정리

겸손하기

by Noname

재작년 이제 그만 산에서 내려와 같이 일하자고 감사의 말씀을 주신 분들이 계셨다


두 곳 중 한 곳을 정하고, 그 즉시 서울에 올라왔다


그땐 6개월만 잠시 일할 생각이었다

내 일을 좋아하는 나는 일을 쉬게 되면 6개월 정도 지나 사무치게 일을 하던 그 재미가 그리워지니까


그당시 빅데이터 교육 업무를 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교육운영을 했고, 빠르게 교육 기획에서 사업기획까지 확장해서 콘텐츠 기획, 사업기획 제안, 분석, 교육컨설팅 등 다양할 걸 할 수 있는 매우 좋은 기회였었다


그중에서 내가 배운 가장 중요한 것은 겸손이었다

기술사를 취득하고나서부터 별거라도 된마냥 오만에 가득 차 있던 나는


교육운영을 하며 “내가 기술사인데” 책상을 옮기고, 현수막을 달고, 체온체크를 하다가 커피 심부름을 하고, 다과를 준비하고, 온갖 허드렛일을 다했다


처음에는 이런거까지 해야하나 하고 속이 상했다

중요한 사람이고 싶었고 중요한 일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당시 대표님의 책장에 있던 “디테일의 힘”이라는 책을 떠올리고,


일에 크고 작음 없이 최선을 다하라는 책들의 교훈을 떠올려 정말 최선을 다했다


책상의 배치, 명패 배치, 과자 구입 부터 배치까지 모든걸 교육생분들께 알맞도록 고민하고, 관찰하고, 매번 개선해나갔다


과자를 정성스럽게 정리하고, 많이 드시는 것과 적게 드시는 것을 파악하여 부족함이 없이 넘치지 않게


그때 나는 겸손을 배웠다

일의 경중을 떠나, 내가 타인을 위해 뭔가 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기쁠 수 있다는 것


물론 그 누군가가 ”능력있는 사람은 그런 교육 운영같은 일을 시키면 당장 그만둘것이다.”라고 은연중에 나를 깎아내렸지만


속은 상했을지언정 나는 내가 자랑스러웠다


이직한 회사에서는 프로젝트 품질관리를 한다

그동안 여러분들께서 품질관리를 잘할 것 같다고 했던 그 일을 돌고 돌고 돌아 결국 하게 되었다


일을 하다 여유가 되면 과자 정리와 구입을 한다

이런건 가장 막내가 하는거 아니냐고들 하시지만

막내분께는 과자 선택권을 드리고, 틈틈히 정리는 내가 한다


늘 낮은 위치에서 배우고자 하는 마음 가짐을 잃지 않는건 내게 중요한 일이기에


근데 약간 강박증이 있어서 정렬되지 않은걸 못 보는 것도 한 몫한다… 자제해야겠다..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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