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결혼 못한 여자의 변)
연애하셔야죠, 결혼하셔야죠.
아이도 낳고, 남편한테 사랑받으며 행복하게 사셔야죠.
그 중에도 왠만하면 혼자 살라고 추천하시는 분들도 계시다.
물론 나는 늘, 저는 결혼을 못한거고, 연애를 못하는 겁니다.
라고 솔직하게 말씀 드린다.
30대에 들어서면 한국에서 여자의 삶은 결혼을 한 사람과, 결혼을 하지 않은(혹은 못한) 사람으로 양분된다.
그래도 이제 충분히 세상이 변해서 결혼은 선택의 문제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하지만 나는 선택한게 아니라 선택의 여지가 없는 거다.
삶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를 양분화 해보면 다음과 같이 나뉜다.
1. 관찰자 - 대리만족이 가능한 사람, SNS를 보는 사람
2. 주체자 - 자신이 직접하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 SNS를 하지 않거나, 하더라도 자신이 콘텐츠를 생산하는 사람
1. 관찰자들은 보통 예능, 드라마, 타인의 삶에 관심이 많아서 그런 부분에서 충분히 즐거움을 느낀다.
섣부른 일반화를 해보자면, 육아의 힘듦에 대해 충분히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결혼과 자녀에 대한 그들의 감정은 어쩌면 관찰자의 입장에서 충분히 대리만족이 가능한 과제이다.
아이의 양육에 있어 적어도 3년 간, 엄마의 충분한 보살핌만 있다면 아이는 알아서 잘 자란다고 한다.
대한민국에서의 여자의 3년 공백은 가능한 일일까?
3년의 공백을 뚫고, 본인의 자리로 돌아 올 수 있을까?
타인의 행복을 나의 행복으로 느낄 수 있는 관찰자들은 본인의 자리로 돌아오지 못하더라도
본능적인 모성에 의해 가능한 이야기가 될 수 있다.
그럼 2. 주체자의 경우, 이건 나의 경우인데
나는 예능과 드라마를 잘 보지 않는다. 타인의 삶이나 이벤트에 관해 크게 관심이 없는 스타일이라 SNS를 보더라도 100 중의 80퍼센트는 나 자신의 SNS를 보고, 사진과 글을 올린다.
뭐든지 내가 직접 해야 재미있는 스타일이다.
그리고 또한 강경하게 3년 간의 육아 이후에는 내가 이루고자 하는 꿈과 삶이 있다.
나의 꿈을 타인이 대신해주는 것에는 일절 관심이 없는 스타일이다.
삶에 있어 꿈이 없거나, 하고 싶은 일이 없는 건 인류의 보존을 위해서 필요한 일이다.
한국사회의 관념에 사로잡힌 기본적인 두려움,
내가 과연 연애를 해서 아이를 낳고 3년을 쉬었을 때,
나의 길을 갈 수 있을까, 그리고 행복할 수 있을까
좌절하고 싶지 않다. 실패하고 싶지 않다.
3년.
강박적으로 아이는 꼭 내 손으로 키우겠어. 라는 완벽주의가
결혼을 전제로 하지 않는 연애를 비생산적이라고 치부하고
기회비용을 따져가며
나는 오늘도 이렇게 쓸데없이 시간을 보낼 바엔 차라리 낮잠을 자겠다고 머리를 굴리고 있다.
인간의 작은 뇌는 얼마나 재미있나
그 전제에는 나는 3년을 쉬면 일을 할 수 없다는 자신에 대한 비신뢰가 묻어있고,
충분히 아이를 양육할 윤택한 환경을 가질 수 없다는 패배주의가 묻어있다.
모두가 그렇진 않지만 적어도 나는 그렇다.
어쩌면 나는 정말 결혼을 해야하는 사람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