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자동차를 처음 운전할 때의 그 자유로움과 안전감
어제 아침 눈을 떴을 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 몸이, 만약 내가 타고 있는 나의 빨간 모닝이었다면?
'몸'이라는 단어를 '자동차'라는 단어로 치환을 하고 이야기를 진행해보자.
나는 어젯잠 '자동차'에서 내려 깊은 무의식을 떠돌다가,
오늘 아침 '자동차'에 다시 올라탔다.
내 '자동차'에 나의 떠돌던 마음이 맞춰져서 내가 원하고 조종하는 대로 자유롭게 움직이며,
맛있는 것을 먹고, 눈물도 흘리고, 땀도 흘리고, 웃음도 만들어 내며 하루를 보냈다.
그리고 '집'이라는 또다른 공간에 돌아와
내 '자동차'를 깨끗이 씻고, 오늘 하루 아팠던 곳, 유독 많이 써서 욱신거리는 곳을
쓰다듬고, '기름칠'을 하고, '나사'를 조이고
안전한 '침대'에 내 '자동차'를 뉘이고, 다시 무의식 저편이라는
느낌도, 기억도, 촉감도 없는 곳으로 다시 돌아간다.
'집'이라는 공간, '자동차'라는 공간, '몸'이라는 공간
우리는 '몸'을 빌어서 '자동차'를 운전하고, '몸'을 빌어서 '집'에서 산다.
이것의 의미는 자유로움과 안정감과 안전함을 뜻한다.
그리고 이로써 내가 원하는 모양과 형태, 내가 원하는 내부 인테리어로
'나'라는 영혼이 무의식 저편에서 가질 수 없었던 '실체'를 탐닉할 수 있게 된다.
우리의 몸으로 범위를 축소해보자.
우리는 단백질과 물로 구성된 우리의 '몸'을
의지에 따라 자유자재로 운용할 수 있다.
운동을 통해서, 혹은 습관적인 물 마시기를 통해서
약을 투여하거나, 갖가지 활동을 통해서
그런데 왜 우리는 이렇게 흥미롭고, 재미있고, 자유를 부여해주는
우리의 몸을 종종 방치하고 돌보지 않을까.
방치하고 돌보지 않는 우리의 몸은
'주인이 떠난 집', '버려진 자동차'와 같다.
벌레가 꼬이고, 거미줄이 쳐지고, 부식되어 폐허가 되듯
우리의 몸은 의식적으로 운용하지 않는 이상
병균이 침범하고, 암 덩어리가 자라나고, 부스러지고, 망가진다.
꿈 속의 세계는 얼마나 뒤죽박죽이고,
무미건조하던가
느낌은 있으나, 실체는 없는 꿈의 세계 말이다.
매일 아침, 나는 나의 자동차를 타면서
이렇게 편하고 자유롭게 나를 인도해주는 나의 작은 아침이에게 감사를 느껴왔지만
그날 아침, 깨달았다.
나는 나 자신, 이 몸에게는 제대로 감사 해 본 적이 손에 꼽았다.
제대로 돌보지 않고 방치하고, 으레 '나'이거니 하고, 당연하게 대했다.
눈물이 났다.
이토록 소중한 몸에게
이토록 다채로운 세상의 실체를 경험할 수 있게
나의 몸으로 나의 의지가 되어주어서 고맙다고.
어쩌면 그 무의식의 세계에서
나는 내가 지불할 수 있는 만큼의 어떤 댓가를 지불하고, 자동차를 사듯 나의 몸,
즉 최초의 단백질을 사서, 애지중지 세포 분열과 결합을 지켜보며
내가 원하는 형태로 이 몸이 빚어지길 간절히 염원했을 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고는
마치 어린시절에 그토록 갖고 싶어했던 '미미' 인형의 머리카락을 다 깎아 버리고,
책상 서랍 어딘가에 넣어두었던 것처럼,
나의 몸을 방치하고, 그때의 고마움과 만족감과 행복감을 다 잊어버리고
소중하다는 사실 조차 잊어버린 걸지도 모른다.
인간이 '탈 것'에 집착하는 것은,
그 깊은 역사 속에서 수레를 만들고, 마차를 만들고, 자동차를 만들고, 기차를 만들고, 비행기를 만들고, 우주선을 만들어 온 것과 같이,
다양한 물건들을 실어 나르기 위해서가 아니라,
실체를 통한 오감의 경험에 대한 무의식 저편의 갈망으로써
보다 자유롭게 보다 안정적으로 이 세상의 모든 것을 경험하고 누리기 위해서 인지도 모른다.
실제로 비용을 더 많이 지불할 수 있을 수록 더 많은 경험을 할 수 밖에 없으니까.
그렇기에 태어날 때부터 기본 옵션으로 딸려 온 줄 알았던 이 몸과
이 몸이 주는 자유과 기쁨이 결코, 공짜라 아니었구나 싶어지는 것이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말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세상을 체험하고, 느끼며 창조하는 자유도의 관점에서 봤을때,
동물들에 비해 인간의 자유도가 매우 높다는 것만은 사실이니까.
우리가 알지 못하는 또 다른 세계에서
'돈'에 상응하는 뭔가를 뼈 빠지게 모아서 '이 몸'을 얻은게 아닐까 ㅋㅋ
그럼 얼마나 웃기겠어
야 , 내가 그거 얼마나 열심히 돈 모아서 산 건데, 막 다루지 말라고!!!
이제 정말 일하러 가봐야겠다...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