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742 깍두기

달타냥

by Noname

나는 깍두기!


어린시절부터 손도 발도, 몸도 작았던 나는 어떤 놀이를 해도 잘 하지 못했다.

심지어 공기도 손에 다섯개가 다 잡히지 않았다.


'거지 공기'라고 공기돌을 다 잡지 못하니 던진 돌은 그냥 바닥에 떨어뜨리는 공기를 했다.

친구들은 그런 나를 깍두기로 껴주었다.


중고등학생 일 때에는 지속적으로 어떤 집단에 속해서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지 않았다.

이제 보니 나는 애착 유형 중 불안회피형있었다.


대인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서로 가까워지는 걸 두려워했다.

늘 말했듯 유년기 동생을 잃은 충격이 관계를 형성하는데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어딜가나 나는 주변을 맴돌 뿐이었다.

소풍을 가서도, 수학여행을 가서도 나는 늘 혼자 주변을 배회하곤 했다.


그러면 친구들은 지나가는 나를 불러 깍두기를 시켜주었다.

작은 시골학교였던 탓도 있지만 불안회피형임에도 불구하고, 본디 성격은 밝고 유쾌했기에 그만큼 또 친구가 많았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이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팀단위로 움직이다보니

친한 사람들이 생겨났다.


첫 직장생활에서는 내가 '미느님'이라고 부르는 사랑하는 언니가 생겼고,

두번째 직장에서는 쩌리패밀리라는 별칭으로 또래 분들과 친하게 지내고 있고,

늘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올해부터는 뭔가 두려움이 많이 사라져서 대학생때 친구들과 좀더 긴밀하게 지내고 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따뜻하다.

그 와중에 뾰쪽하거나, 냉담한 분들과 모진 분들이 계시기도 하지만

그들은 그들대로 그런 아픔이 큰 사람들이리라.


떠도는 나를 데려다 깍두기를 시켜주는 분들이 많다.


다만 내가 깎두기를 자처할 뿐이지, 사실은 언제든 나를 품어주는 따뜻한 품이다.


세상이 이렇게 따뜻하고, 다정한데 오로지 본인 스스로의 어둠에만 매몰되어 빛을 볼 수 없었던 시절이 있다.


어둠 덕에 빛이 더욱 찬란하듯

나의 어둠은 삶의 찬란함을 더 세밀하게 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었다.


두려움에 뾰족하게 날을 세우던 깍두기를 벗어나니

자유롭고, 행복한 깍두기가 되었다.


지금, 이대로 완벽한 삶을 누릴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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