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740 그래도 여전히

약지 못하다

by Noname

냉정한 척, 이성적인 척, 살고는 있지만

사실은 여전히 쉽게 사람들에게 마음을 준다.


작은 미소 하나도 고마웠던 나이기에

아무리 냉정한 척 얼굴을 굳히고, 무미건조한 시선으로 촛점을 흐릴지라도

여전히 약지 못하게 마음을 훅 줘버린다.


MBTI가 한참 유행일 때, 그런 생각을 했다.


T유형의 사람들 중 어느 정도는 너무나도 쉽게 마음을 주고, 정을 주었다가

상처를 많이 받았기에


잔뜩 움크리고, 이성으로 무장하는 것 뿐이라고.


야들야들한 그 속살이 여기저기 데이고, 까이고, 찔려서

그렇다. 그 선인장


나를 보호하기 위해 두껍게 이성과 논리라는 갑옷을 두른거라고.


실제로 그렇다.

누군가에게 거부 당했을 때, 너무도 깊이 찔린 그 상처를

감정적으로 위로 받고 싶었을 때, 너무도 냉정하게 내쳐져버린 속내를


더 어찌해볼 의지를 잃은 채, 닫아버리는 거다.



그리고, 오랜 시간 충분히 괜찮다는 확신이 들때까지

보호하는거다.



나에게는 우리집 흰둥이가 있었고, 새들이 있었고, 쥐며느리가 있었고, 거미가 있었고, 풀벌레가 있었다.

종종 돈벌레와 귀뚜라미, 뱀이 있었고, 하늘이 있었고, 바람이 있었고, 별들이 있었고, 나무가 있었고, 풀이 있었고, 무당벌레가 있었고, 꽃들이 있었다.


그래서 자연 속에 있을때, 나는 가장 편안하다.


자연이 품어주었던 그 넓은 품을 기억하는 사람은

자연을 사랑하고, 늘 동경할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자연이 안식이고, 평안이고, 위로니까.

순전히 이기적인 이유로, 나의 치유를 위해 자연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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