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736 나는 변했다.

그걸 허용했던 건 나였다.

by Noname

이제 곧 마흔이다.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내 자신을 돌아보고자 매일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나는 변했다.

제일 많이 변한 것은 관계에 대한 마음가짐이다.


어린 시절에 동생을 잃었던 기억은 관계에 있어 집착에 가까운 증세를 보였다.

결코 먼저 다가가진 않지만, 마치 주인을 기다리던 강아지마냥 누군가가 연락을 해오거나 지금 당장 와줄 수 있냐고 하면 바로 달려나갔다.


5분 대기조처럼, 나는 친구들에게 갑작스럽게 관계가 종료되었을 때

잘해주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 그렇게 집착적으로 행동했다.


그 당시 '친구'라고 일컫던 사람들은 그게 너무나도 당연해졌고,

나는 언제불러도 달려나가고, 자신의 감정을 다 쏟아부어도 괜찮은 존재가 되었던 것 같다.


바로 몇년전 까지만 해도 나를 그렇게 대하는 사람들을 그저 그러려니 '그럴 수 있지.'하고 넘겨왔었다.

아니, 아예 그냥 그런가보다하고 이상하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었다.

낮은 자존감과 죄책감에 스스로 그렇게 대우받아도 되는 존재로 생각했던 것 같다.


늘 인간관계에서 결정적인 계기가 되는 사건들이 있게 마련이다.


첫번째는 아버지의 장례식이었고, 두번째는 작년에 겪은 변태사건이었다.


그리고, 그것과는 무관하게 마음씀씀이가 예쁘고, 배려가 묻어나오는 다정한 친구들이 어떻게 나를 소중히 대하는지를 깨닫고 나니, 더이상 무례한 말이나 행동을 참아주고 싶지 않아진 것이다.


아마, 나를 그토록 소중히 대해주는 친구들이 누군가로부터 좋지 않은 대우를 받는 내 모습에 속상해하던 바로 그 모습때문이었으리라.


나 역시 누군가에게는 무례하고, 잘못된 행동을 했겠지만 나 자신을 돌아보되 굳이 그 관계를 이어가진 않게 되었다.


적게는 10년, 많게는 20년이 넘게 차곡 차곡 쌓여왔던 종적들, 그 불쾌하고 석연찮은 부분들이 고구마 줄기처럼 딸려왔다.


대체로 무례한 말은 이런 것이었다.

'너는 왜 지금까지 낙태한 경험이 없냐?'

'너는 내가 그렇게 챙겨줬는데, 연락 한 번 안하냐. 성격 좀 바꿔라.'

'너는 정말 정신병자다.'


20대 초반 순진한 대학생이던 내게 게임회사에 취업시켜주겠다며 불려내서 일주일 간 다단계회사의 좁은 지하 단칸방에 숙식을 시켜던 적도 있다. 그때 새해종소리를 거기서 들었었다. 돈이 없어 하지 못한다는 내게 넌 그정도의 돈도 없냐며 나무라던 그 친구를, 그저 악성 다단계에서 세뇌된거고, 나에게 좋은 것을 알려주려고 했을 뿐이라며 이해하고 잘 지냈었다. 후에 거기서 나오고도 단 한마디의 사과도 없었지만 괜찮았다.


그렇게 그들이 선을 넘어도, 바보 처럼 웃으면서 그들이 내 친구라고, 난 괜찮다고 했었던 거다.

관계에 대한 병적인 집착이 나의 판단력을 그렇게까지 흐리게 하고, 성인이라도 된마냥 모든 걸 그저 받아주었다.


정말 그건 병이었다.


작년과 올해 상담을 받으면서 그 병이 치유가 되자 나는 사리분별이라는 걸 할 수 있게 되었다.

적어도 관계에 있어 나를 존중하지 않는 사람을 곁에 두어야할 이유는 없다.


나는 그런 무례함을 더이상 허용하지 않는다.

나와 나를 정말 소중히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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