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722 그녀의 책, 미래파

그녀를 가까이 두고자

by Noname


뭉클

저 깊이 어딘가 심연 속에 묻어버리고, 짓밟아버린 나의 감수성을 낚아 올려주는 글들


감정을 믿지 않으려고 한다.

어차피 흘러가버리는 유희에 불과할뿐


감상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런다고 뭐가 해결되나


초등학생땐 시를 제법 썼었다.

선생님은 나를 동시 대회에 내보낼 수 없다고 했다.


시가 너무 어른스럽다나

나는 애였는데


그림만큼이나 산수만큼이나 시마저도

갓난아기 젖을 떼듯 꾸역꾸역 떼어내졌다


나만큼이나 또랑또랑한 목소리를 염소처럼 떨며

나만큼이나 작은 손을 부들부들 떨며


뭘하고 싶냐고, 뭘 좋아하느냐고 물으니

뭐든 맡겨만 달라고 하는 경력직 사원에게

뭘 맡겨만 주냐 아무거나 하지 말자

하고 싶은 걸 하자


메마른 사막처럼 싸늘하게 식어버린 내게 단비같았던 그녀


그러고는 얼마 있다 내가 회사를 나왔다.


그래서 이 책을 샀다. 책을 내서 책을 사주는 사람들이 있다고, 종종 말을 하곤 했는데 그녀와 멀어지니 그녀를 곁에 두고 싶어서 책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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