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723 대단하다.

엄마가 대단해.

by Noname

'대단하다.'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매번 들으면서도 익숙하지 않고, 때로는 반감이 들기도 한다.


내가 생각하는 대단함과 나라는 사람은 그렇게 가까운 거리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에게 누군가 '대단하다.'라고 하면 나는 그정도는 아닌 내 자신이 수치스러워서 더 움츠러드나보다.


위키낱말사전에서 '대단-하다'의 뜻은 먼저 형용사로서 무엇의 질, 양, 정도가 매우 크거나 심하거나 높다라고 되어 있다.


매일 공부하고, 책을 읽고, 운동을 하는 이 패턴이 대단할 정도일까.


회사 분들이나 친구들, 그리고 어쩌다 소개팅을 하면 상대방 남자분에게 듣는 말


하지만 나로서는 어린 시절부터 만화책과 게임에 빠졌던 한때를 제외하고는 '내가 원하는' 공부는 늘 꾸준히 했었고, 책은 늘 읽었었다. 운동은 20대 초반부터 이것저것 꾸준히 해왔었고, 30대에 운동을 하지 않다가 아프게 되면서 운명을 받아들이고 이왕하는거 즐겁고, 재미있게 하고 있을 뿐이다.


되려 명상은 너무 짧게 하고 있어 반성을 해야할 모양.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변 분들로부터 '보고 있으면, 저도 뭔가 해야만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라는 말을 듣는다.


'사람 마다 좋아하는게 다른데, 저는 공부하고, 책 읽고, 운동하는 걸 좋아하는 것 뿐이에요. 각자 자신의 좋아하는게 있고, 해야할 것들이 있는 거잖아요!'


저 사람 처럼 해야할 것 같은데...

저 사람 처럼 ..


이라는 전제는 이미 잘못된 전제일지도 모른다.

어차피 관심사도 다르고, 좋아하는 것도 다른 사람들이 모여사는 이 공간에 어떻게 다른 사람이 하는 걸보고 '억지로' 따라할 수 있을까.


내 동생이 요리를 잘한다고 해서 요리를 할 생각은 티끌만큼도 없고,

친구가 골프를 재미있게 친다고해서 골프를 칠 생각은 조금도 없다.


혹시 그분들은 나의 꾸준함에 감동을 받으신 걸까.


나는 감동을 받아 내 마음을 움직이지 않는 그 어떤 것을 억지로는 하지 않는 성향이 있다.

관계 역시 사실은 그렇다.


혹시, 어쩌면 나는 감동을 주는 사람인걸까.

내가 생각하는 대단함에는 미치지 않지만 그냥 꾸준히 좋아하는 걸 한다는 것만으로 그런걸까.


그렇다면 조금 뿌듯할 것 같다.

하지만 나는 대단하지 않다.

나를 대단하다고 인정하기에는 나는 너무도 노력해야할게 많은 사람이니까.


그런데 그거 혹시 아시려나.

매일 매일 가족들을 돌보고,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고, 사람들과 조화롭게 어울리는 모든 사람들이 내게는 대단하게 보인다는 거.


나는 그냥 나 혼자 하면 되지만, 그 모든 것들은 관계라는 고난이도의 스킬이 필요한 일이니까.


그래서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엄마와 아빠들을 보면 경외심마저 든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그 중에서도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 노력하는)가 된 친구들을 만나면 나는 대단하다는 말을 한다.


정말 그건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대단한 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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