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데놀의 추억
어제 정신의학과에 가서 약을 처방 받았다.
인사팀으로부터 걸려온 피의자 증언에 관한 단순 확인 절차 임에도 지나치게 감정이 올라왔다.
감정을 알아차리지 못한 건 아니지만 통제하지 못했다.
그런데 감정은 통제 대상일까?
평정심으로 늘 무덤덤하게 잘 반응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정말 멋지다고 생각했다.
내게는 없는 부분이고, 내가 겪어본 적이 없으니까
세상에서 제일 강한 건, 어떤 자극에도 반응하지 않는 목계라고 하지 않던가
감정이 풍부하고, 기복도 있어
기쁘면 웃고, 슬프면 혼자서 우는 편이라
나도 감정이 없는 멋진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런데 오늘 약의 기운을 빌어 체험을 해보니 영 재미가 없다.
부작용인지 머리가 멍하고, 지끈거리고, 속도 울렁거리는데 심지어 다른 날 같으면 기뻐했을 일에도, 웃었을 일에도 어떤 반응도 할 수 없다.
저항선과 지지선이 아래위로 딱 버티고, 나의 감정을 누르고 있는 느낌
억누르다는 표현이 딱 맞는
예전에 기술사 모의면접 때 인데놀을 시험 삼아 얻어먹고 머릿속이 꽃밭에 가서 샤랄라 기분이 좋다가 면접관님의 말이 귀를 통과해버린 일이 있었다.
사고불능
양약은 잘 맞지 않는다.
감정이 이렇게 억제되고 나니, 갑자기 큰 동요 없이 무덤덤한 사람들이 조금 안타까워졌다.
이렇게 재미가 없다니
나는 울고 싶으면 눈물을 주르륵 흘려버리고
웃고 싶으면 크게 웃고, 한껏 기뻐하는 내가 좋구나
누가 와서 소인배라고 감정기복 심하다고 해도
그래도 나는 이런 내가 좋구나
그래도 좀 이상하다 싶어 정신과에서 약을 받은거니
진료만 보고, 한의원을 가봐야겠다.
[처방 받은 약]
코팩사엑스알서방캡슐 : 체내 신경전달물질 양 조절
- 우울증, 범불안장애, 사회공포증, 공황장애
환인클로나제팜정: 운동신경 피질에서 나타나는 과도한 신경절달 반응을 억제
-발작이나 공황장애, 수면장애, 근육경련성 질환, 유소아 간질에 처방되며, 편두통 예방
인데놀 : 교감신경계 조절
- 기외수축(상실성, 심실성), 발작성빈맥의 예방, 빈맥성심방세동, 발작성심방세동, 동빈맥, 협심증, 고혈압, 비후성대동맥판하협착증, 크롬친화세포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