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705 강아지 알러지

아픔

by Noname

서울로 대학교를 오면서 넉넉치 않은 가정형편에 이모댁에 얹혀살았다


이모는 강아지를 키웠었는데,

어린 시절부터 강아지를 무척 좋아했던 나는 강아지 보리와 친하게 지냈다.


기분이 좋지 않은 날, 혼자 누워있으면 가만히 와서 엉덩이를 붙이고 내 옆에 눕는 보리를 친구처럼 생각했다


종종 토라져서 심술을 부리면 ‘쳇 너하곤 절교야!!’하고 학교에 다녀왔다. 그러고는 또 언제 그랬냐는듯 뽀뽀하고, 놀았다


어느날, 친구와 길을 가다 이모의 부재중 전화가 온 걸 보고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통화가 되지 않았다


이모는 그때, 보리를 다른 집으로 보내려고 전화를 했던 것이었다.


그렇게 보리와 나는 생이별을 했다.

나는 한달 내내 울었다


사소한 일상은 그렇게 깨어진다

그리고 마음도 깨지나보다


그때 이후로 내게는 강아지 알러지가 생겼다

생이별이란 그렇게 외상후 후유증을 남긴다


강아지도 고양이도, 그리고 사람도

언젠간 헤어져야한다는 걸 알면서도 그렇게 속수무책으로 마음을 다주고, 마음을 다해 아파하다 몸도 아프게 되는 편이다


그래서 곁에 누군가를 쉽게 두지 못한다


치명적인 위험에 사람은 방어기제를 작동 시킨다

나 자신을 아픔으로부터 지키기 위해서


너무 많이 마음을 주지 않게


그래도 강아지는 너무 사랑스러운걸

붉게 충혈된 눈과 벌겋게 부풀어오른 피부를 비누로 씻어내고도, 간지러워 긁적이면서도 어쩜 이리도 사랑스러운지


으이그 귀여운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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