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701 등대지기와 서버실

공통점

by Noname

초등학교 4학년 음악 교과서에 나오는 ‘등대지기’라는 노래에 코끝이 찡하도록 감동 받은 후로 한동안 등대지기가 꿈이었다,


그리고 재작년부터는 농담으로 서버실에서 혼자 일하고 싶다는 말을 하고 다녔다.


사람을 정말 좋아하는데 사람을 또 정말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등대지기가 되면 사랑하는 사람들과는 편지로만 안부를 주고 받고, 나는 그 등대 안에서 나가지 않을 거라고 상상했다.


서버실 역시 종종 찾아오는 서버 영업사원 외에는 최신 직종 중에서 혼자 있을 수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했다


대학교에서 일할때 서버실에 가 본 후로 덩그라니 놓여져있는 책상 하나와 에어컨과 서버 돌아가는 소리만 가득한 서버실이 정말 좋아보였다. 전자파 문제는 생각 하지 못했지만


가고 싶은 곳이 없는 것을 문제 삼고 있다

나는 왜 가고 싶은 곳이 없을까

다른 사람들처럼 긴 휴가가 주어지면 여행도 가고 사람들도 만나고, 뭔가 신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나는 매번 달팽이 집 속에 숨어버리듯

쏙 숨어버리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한달에 한번 정도 주말에 잠만 자던 버릇이 있는데

최근 몇개월간 주말도 없이 사람을 만나다보니

이렇게 몰아서 쉬어버리는 걸까


먹고 있는 약 때문이라기엔

반복된 패턴이다

나는 혼자서 목적없이 어딜 가지 않는다


여름엔 더워서 겨울엔 추워서 봄과 가을엔 날이 좋아 사람이 많아서


대체로 내가 누군가를 만나면

지인들로부터 끌어내어진 상황이다

물론 막상 만나면 정말 좋아하고 신나게 보내지만

먼저 움직여서 적극적으로 누굴 찾지도 만나지도 않는다


적당히 살아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적당히 잘 지내고 있다고 ㅋㅋ 을 보내고


연락이란 만남이란 여행이란 내게 왜 이리도 어려운 일이란 말인가


도대체 몇날 며칠을 더 잠들어 있을 건지 모르겠지만 필시 나만의 이유가 있을테니, 일단은 이대로 둬야겠다


괜찮아

그렇다고 이 순간을 후회하지 않을 거라는 건 내가 너무 잘 알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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