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698 다시 힘을 내보자

추억팔이

by Noname

하루 14시간씩 잠을 잔지 일주일이 지났다

한참을 자다가 온갖 것들이 들어있는 박스 몇개를 정리하고, 외장하드 두개를 뒤적거렸다


외장하드 한개는 공부하던 자료와 업무 자료, 사진들이 들어있고, 하나는 뭐가 있었는지 잊어버렸다


맥북을 쓰던 시절에 맥북용으로 산 거라 윈도우 환경에서는 확인할 수가 없었다. 그걸 알고 있었는데 잊어버리고는 다시 연결했다가 ‘아, 이거 안 되는구나.’했다 .


마침 휴대전화에 한가득 쌓여있는 사진들을 백업해둬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아이클라우드에서 사진을 다운 받고, 외장하드로 옮겼다


어린 시절부터 탄수화물을 좋아하지 않은 탓인지 기억력이 좋지 않은 나는 사진을 찍어 놓지 않으면 까마득하게 잊어버리기에 “뭐 이런 걸 다 찍어놨지.”싶을 사진들이 정말 많다.


당시에는 분명 뭔가 큰 의미가 있었을텐데

쉽게 지우진 못하고 모두 옮겨버렸다


작년에 찍은 사진들은 이전에 쓰던 휴대전화에 봉인되어있는데 아직 어떻게 옮겨야할지 모르겠다


종종 이렇게 기회가 생기면 집에 틀어박혀 한발자국도 나가지 않는 때가 있다


시간 개념이 사라지고, 머릿속에 남은 거라곤 뭔가를 해야만 할 것같은 강박 뿐일때, 어딘가에 숨겨두고는 나조차 잊어버린 물건이나 편지들을 찾아내고, 쓰지 않는 충전기 케이블이며 의미 없이 가지고 있던 종이봉투 메모들을 쓰레기통에 버리고는 마지막에는 자연스럽게 매번 같은 패턴으로 외장하드의 사진들을 열어보곤 한다



시작은 늘 세네갈 활동 당시 사진들이고, 그때의 사진들을 보며 추억팔이를 시작해서 스크린샷으로 남겨둔 지인들과의 대화부터 최초로 외장하드에 저장하기 시작한 사진들, 2010년도 사진부터 ‘큰 아이콘으로 보기’로 사진들을 훑어보다가 친구들과의 단톡방을 열고는 한장 한장 보내면서 큭큭거리고 웃기 시작한다



“우리 젊었다.” 하면 나는 이내 “지금이 더 예뻐. 걱정마.” 하면서 친구들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당시 사진 찍기를 좋아하던 나는 캐논100d를 사서 들고 다니며 나누는학교 활동사진, 친구 결혼 스튜디오 사진, 딸래미 돌사진 등을 찍어주고 다녔다.


잘 찍은 사진은 아니지만 그냥 그 순간들을 함께한 기쁨이 오롯이 묻어있는 사진들이다.



함께한 기억들이 삶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어준다


끝없이 내면에 침잠해 내 존재마저 무뎌질때

그 존재를 일으켜주는 건 “사랑으로 함께 한 순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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