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697 우리집엔 도깨비가 산다

동생이 그려주는 나

by Noname

예전에 그림모임에 나오던 동생이 최근 2-3년 사이 카카오 이모티콘으로 성공을 했다


처음에는 말장난 이모티콘이라 모임톡에서 다같이 사주고 축하하고 했던 기억이 있다


코로나가 길어지고 그림모임이 잠시 중단된 때에 그 동생은 여자친구가 생겼고, 커플 이모티콘으로 소위 대박이 났다.


회사 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그림 하나를 그릴땐 점 하나 신중하게 정성을 다해 그리던 동생의 모습이 생각나 쓸 일도 없으면서 이모티콘을 사곤 했다


그림 모임은 2014년도부터 했는데, 정확히는 그림에 대한 비판이 두려워서 몇년을 그냥 나가서 분위기메이커를 하며 놀기 바빴었다


좋은 친구들도 많이 만나고, 2017년도엔 친구들 덕분에 용기를 내서 그림도 많이 그리고, 같이 전시회도 했었다


그림을 그리겠다고 아이패드프로를 샀는데, 그림을 거의 그리지 않고 있었다


사실 그림이나 만들기는 나보다는 내 친동생이 더 잘한다

네일아트를 하는 동생은 작은 손톱에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니 귀여운 것들을 정말 잘 그려냈다


동생의 재주가 부럽기도 하고 아깝기도 하고

엊그제 사진을 보다가 당시 동생이 휴대전화 뒤에 메니큐어로 그린 그림을 전송하고는 그때와 똑같이 이모티콘을 그려보는게 어떻겠냐고 물었다


이전과는 다르게 반응이 있어 아이패드를 명목상 빌려주었다


운동 가기 전에 커피숍에서 그려보겠다고 하여 둘이 만나 아이패드를 내어주고 간단한 사용법을 알려주니 이리저리 선을 그려보더니 “뭘 그리지…” 고민을 했다


“도깨비 상아 그려야겠다.”

하더니 내 어린 시절 사진 중 동생이 제일 좋아하는 사진의 모습을 그리기 시작했다


사진이 없는데도 동생은 나를 그렸다.

운동을 마치고, 집에 오면 으레 뭔가를 보며 뒹굴거리던 동생이 아무 소리없이 조용하길래 뭐하냐고 했더니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했다


“도깨비 볼래?”

동생은 단발머리로 자른 내 캐릭터를 그렸다.

머리카락이 반곱슬이라서 운동을 하면 머리카락이 붕붕 뜨는데 그걸 그리고 있었다.


“아이패드는 원래 네 것이었네.”

입맛을 다시며 충전기 케이블이며 케이스까지 가져다 줬다


나를 그리는 동생의 마음은 어떨까

알수도 없는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그림을 그리는 동생이 참 뭐랄까 그러니까 사랑스럽다


아이패드도 주인을 찾았네

나는 만날 아이패드로 계획만 세우고 있었는데

요즘 시즌이 아니라 손님도 없는데 샵에서 오돌오돌 떨며 눈사람 그려서 번 돈이라고 생활비를 주길래 웃었지만 마음이 편치 않았다


동생이 흥얼거리는 소리가 이렇게 행복하다니

내 동생 매일 웃어라 바보 도깨비 상아는 바보할게


동생이 그린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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