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691 힘의 원천 그리고 핑계

도망

by Noname

낮에 운동을 하다가 돌아가신 아빠 이야기를 했다.


그러니까요 저희 아빠가 늘 마른 근육형이셔가지고, 제가 이해 못하는게 두가지가 있잖아요


1. 근육형이 아닌 남자

2. 담배 못 끊는 남자


아빠가 담배 끊으신다고 하시더니 다음날 진짜 끊으셨거든요



그런 이야기를 하고, 집에 와서 갑자기 내가 뭘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힘을 내서 공부를 하겠다고 앉았지만 이내 잠이 들어버렸다.

그렇게 한참 잠을 자다, 발가락을 꼼지락꼼지락 움직이다 깨달았다.


“아, 아빠가 없구나.”


정확하게 아빠가 돌아가신 뒤로, 나는 모든 의욕과 의지를 잃었었다.


그 뒤로 무언가를 끝까지 해낸 적이 있던가

없었다.


힘이 들고, 하기 싫어지면 다 내팽개쳐버렸다.


힘의 원천. 아무리 마음 속에 살아계신다고 스스로에게 이야기를 해도, 나를 두고 떠나버린 것 같은 마음에 반항심이 들었는지도 모른다.


이 모든게 그저 하기 싫어서 핑계를 대는 이야기 일지도 모른다.


갖고 싶은 물건이라거나 가고싶은 것이라거나

이루고 싶은 꿈이라거나


그 모든게 그때 그날 사그리 사라져버렸었다.


가느다랗게 붙어있는 숨을 한껏 내쉬고 나 자신을 위해 살아보겠다고 일을 시작한게 아빠가 돌아가신지 3년 째 되었을때였다.


힘이 나지 않는다

소소한 삶에 충분히 만족하지 못하는 성향이라

장기적 비전이 없는 건 아니지만

사실은 내 스스로가 만든 명분임을 너무 잘 알기에


미루고, 미루고, 미루고,


이제 그만 하자.

하자고!


기술사 준비를 할때 첫시험에 떨어지고, 아빠가 이모에게 물으셨다고 했다.


“이모, 상아가 이번에 떨어졌다고 포기 할거 같어?”


당연히 그럴리가 없었다.


그러니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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