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685 숨긴 발톱

사랑이라는건 정말 대단하군

by Noname

현재하고 있는 품질관리 직무는 사실 다수의 사람들에게 추천을 많이 받았었다.


사실 그때까지만해도 내가 봐왔던 품질직무를 하시는 분들의 성향은 정말 깐깐해보였고, 피곤해 보였기 때문에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사실 생각해보면 서비스기획을 하던 사회 초년생때부터 타부서나 협력업체, 상사 등의 온갖 진상분들을 다 상대했던 타고난 진상처리반이라서 사실 그런 기질이 다분히 있다.


웹앱기획, 컨설팅 프리랜서를 할때는 더더욱

온갖 부서의 다양한 분들과 “저 사람은 상대하지마.”라고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거의 도전처럼 일부러라도 가서 논리적으로 설득했었다. 그래서 되려 그런 분들이 같이 일하자고 한 적도 많았고. 다른 분들은 그런 나를 되게 신기해했다.


“같은 진상이라 그래요. 통하는게 있어서”


대학교에서 일할때도, 교수님들을 상대로 전임자가 네네 하며 다 해줬던 일들을 다 되돌려 보낸 적도 있다. 논리적이고, 교양이 있는 사람이라면 단순한 질문 하나면 설득할 수 있었다.


그러던 것이 전 회사에서 절대 강적을 만났다.

똑똑하고, 교만한 분이었지만 능력은 출중했기에 많이 배웠다. 특히 내가 정말 교만했다는 걸 배웠다. 세상엔 논리와 이성과 교양이 통하지 않는 지성인도 있다는 걸 배웠달까


그 뒤로는 굳이 기존 체제에 반기를 들 생각은 없어졌다.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르고, 피곤하니 진상은 피하고, 그냥 조용히 해맑게 과장으로 살기로 했다.


그런데 종종 그렇게 해맑은 과장으로 웃고 있는데 정색을 하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다.


상대의 객관적으로 잘못된 행동이나 지식을 보정해주는건 애정이다.


예전에는 직구로 즉시 알려줬다면, 최근 들어서는 서서히 알아가게끔 시간을 들이거나, 행동으로 보여준다.


그럼 효과가 더 크고, 즉각적이며 괜한 오해나 분란을 만들 일이 없다.


그런데도 통하지 않으면,

적어도 나와 유대가 있던 사람이라면

시간이 아까워서라도 바로 관계를 끊어버린다.

물론 자주 마음이 약해지지만


이젠 정말 믿는 사람이 아니면 선 넘는걸 잘 알려주지 않는다.

그래서 내게 정중하게 내가 선 넘거나 잘못된 걸 알려주는 사람에게 진정한 애정을 느끼기도 하고


굳이 숨겨놓은 발톱을 드러내지도 않는다.

그래서 길을 가다 싸우는 커플을 보면 정말 신기하다.

저렇게 싸우면서 시간과 감정과 에너지를 낭비할 정도로 사랑하는걸까, 그럴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는 걸까


사랑이라는 건 정말 대단한 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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