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675 애착유형 그리고 불안감

헤어지는 이유

by Noname

단 한번의 연애 외에는 대체로 헤어지는 이유가 같았다.


생존신고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


얼마전 시골에 내려갔을때, 엄마는 밤에 술을 마시고 술이 깨지 않은 채, 배달을 나간 남동생의 차소리에 귀를 기울이고는 노심초사 하면서 괜한 불평을 늘어놓으셨다.


“그러게 엄마, 저러면 잘못될까봐 무서워지는데, 상윤이가 철이 없네.”


사실은 그게 비정상적인 두려움에 기인한다는 걸 안다.

엄마와 나는 그 부분에서 정말 비정상적일 정도로 예민하다.


원인이야 해맑게 웃으며 동네 형과 놀러났다가 주검으로 돌아온 남동생 사건이라는 건 너무 확실하다.


엄마와 나는, 특히 당시 7살이었던 나는 그런 부분에서 정말 취약하다.


연애를 할때, 그래서 나는 특별히 그런 부분에 대해 부탁을 하곤 했다. 적어도 하루에 네번 생존신고만 해달라고.


아침, 점심, 저녁, 밤에 혹은 술을 마시더라도 집에 잘 들어가는지 정도는 꼭 해달라고.


그게 지켜지지 않은게 세번째가 되면 나는 가차없이 헤어졌다.


그건 상대방의 잘못이 아니다. 알고있다. 그럴 수 있는일이다.


문제는 내가 그 시간동안 못 견딜정도의 불안과 두려움에 휩싸여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는 거다.


가까운 관계를 만들지 못하는 이유,

그런 일은 비단 연애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내가 애착을 느끼는 모든 이들 중, 약속을 했는데 연락이 되지 않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나는 내 불안에 잡아먹혀버린다.

7살 아이가 웃으면서 나간 너무도 착하고, 똑똑하고, 듬직했던 남동생을 잃은 트라우마는 성인이 되어서도 쉬이 사라지지 않는다.


그게 유치원 졸업식 날 일이라 그렇게 졸업식에 곧죽어도 참가하지 않았었나보다. 무서워서

겨울 싫어하고, 물을 두려워하는 이유도 같다.

이유를 알면 해결 할 수 있다는데 이건 정말 어렵다.


그런 불안을 느낄 바에야 그냥 헤어지는게 낫다는 결론을 내려버리는 것이다. 나는 타인을 바꿀 수 없고, 강요할 수 없으며 나 또한 나를 바꿀 수 없기에


별건 아닌데 참 별거인 일이다.


이태원 사건, 그 트라우마가 사람들에게 어떻게 남았을지 걱정이된다.


사소한 일상이 무너져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세월호 사건 때에는 몇주간, 건드려진 트라우마로 고생을 했다.



여동생이 웃으며 혼자 나갈 때에도

밀려오는 두려움을 느끼는 삶이란 쉽지 않다.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오늘이 마지막인냥 전념을 다하는거다. 언제 잃을지 모르는 강박으로

그건 내 자신에게 조차도 마찬가지다.


동생이 8시에 집에 오겠다고 했다.

8시 45분이 되어서도 나타나지 않아 좌불안석


메시지를 다시 보니 8시 손님 네일아트가 끝나면 온다는 말이었다.


가슴을 쓸어내린다.


언제까지 7살 짜리 꼬마애의 공포를 짊어지고 살아야할까


상담을 하면서 이 부분이 해결되었으면 좋겠다.

모든 삶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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