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방어기제에 저항하기
“별로… 소중한 기억이 아니었나보지.”
집에서 발견한 영화티켓을 보고, 신기해서 친구에게 연락했다.
“나 이 영화 봤었나봐. 근데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아.”
친구는 대답했다.
“그거 나랑 같이 본거야.“
“에이 그럴리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데…“
“별로… 소중한 기억이 아니었나보지.”
그녀의 말투에서 허탈함이 묻어나왔다.
나는 충격으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사람은 살아가기 위해서 망각한다.
그당시에는 그게 최선이었으리라.
망각하지 않았다면 심장이 찢어진 채로 계속해서 새어나오는 피고름에 삶을 견뎌내지 못했을 거다.
억지로 봉합해버린 그곳에는 여전히 감각이 없다.
학창시절 내 이상형은 오빠같은 동생이었다.
영문도 모르는 채 그 이상한 컨셉에 종종 우스갯소리를 하곤 했다. 그때만 해도 연상연하 커플은 이례적이었으니까.
깊은 명상을 통해 유년기의 어떤 기억을 하나 겨우 찾아냈을때, 나는 살짝 터져버린 봉합부위를 부여잡고 일주일을 고통에 몸부림 치며 눈물로 보냈다.
읍내에 나가 엄마가 거울에 붙일 스티커를 사줬고, 스티커 두개를 둘이 나누어가지라고 했는데, 두개가 다 갖고 싶은 나머지 고르지 못하고, 뾰루퉁하게 입만 내밀고 있었다.
동생은 고사리 같은 손으로 나를 토닥이며 “이거 누나 다 가져.” 하고 양보했다.
단지 그 기억 하나였다.
내가 그 모든 걸 기억할 수 있었다면
살아있을 수 있었을까
아니면 더 강해졌을까
나의 방어기제인 망각이 그당시 나를 살리기 위한. 최선이었을 거다.
그런데 그 고마운 것이 누군가에게 그런 허탈함을 안겨주었다.
나는 자주 아주 많은 것들, 특히 소중할수록, 행복할수록 기억을 하지 못한다.
사소한 것들, 중요하지 않은 것들은 잘 기억하니 더더욱 타인이 보기엔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겠지
그래서 기록한다. 필사적으로
잊지 않으려고
우리를 지키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