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661 관계의 휘발성, 진정성

나는 너무 진심이다

by Noname

과장님, 그 분은 그냥 애예요. 괜히 마음 쓰지 마시고 그냥 두면 필요할때 또 와서 그러더라구요.


몇개월전 친한 분께 한 여자 사원분에 대해 여쭈어봤었다. 워낙 발이 넓으신 분이라 자주 묻곤 한다.


시골에서 자란데다 마을 분들께 워낙 잘하시던 부모님을 보고 자란 탓인지 사실 정이 너무 많다.


남들이 그냥 관용적으로 하는 말들 가령 “밥 한번 먹어요.”, “우리 만나요.” 이런 말들에 나는 정말 진지하게 내 스케쥴부터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나에게 그냥 하는 말 따윈 없다. 그러다보니 타인도 그럴거라는 아주 유아기적 투영이 들어가버리는 거다.


그걸 이해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래서 더더욱 먼저 말을 꺼내지 않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상대가 구체적으로 말하기 전까지는 그냥 그러려니하는게 나를 위한 최선이었달까


20대에 나의 싸이월드 대문 제목은 “진정성”이었다.

나는 서울에서 만난 사람들의 말버릇을 도무지 알수가 없었다.


일시적으로는 관계에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신뢰라는건 그 사람이 한 말이 어느 정도의 휘발성을 갖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약속한 것은 지키고자 한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다보면 일시적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그러려니한다. 도움을 원한 사람의 입장을 고려해보고. 나의 사정 역시 고려해봤을때 오히려 그 편이 깔끔하다. 하지만 그런 일이 반복 되다 보면 이기적으로 삶을 바라보게 된다. 서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관계가 건강하다.


피상적인 관심은 휘발성의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야초에 관심을 두지 않는 나의 성향을 봤을때, 차라리 그 편이 더 인간적이다.


내가 내 주변 사람들보다 약속이 많은 이유도 그런 이유 때문일지도 모른다. 휘발될 것들이 다 휘발되고, 묵직한 진짜 관계만 남았기에 아무리 미뤄도 끝내는 다 만나게 된다.


어떤 교감이 있는 관계는 단 한번 만났던, 20년을 만나왔던 크게 상관이 없다. 진정성이라는 건 스님의 사리처럼 응집되는 결정체와도 같다. 세월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다.


내 곁엔 그런 사람들만 남는다.


누구에게나 처음에는 진심이다.

이제는 상처받지 않을 정도로 단단해졌고,

이제는 몇번만 상대해봐도 조금은 알 것 같다.


그런데도 아직 헷갈리는 걸 보면 나는 참 어린아이 같달까. 그래서 단단해지고 있는지도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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