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655 피조물

아름다운 이 세상

by Noname

중학교1학년 교과서에는 고 천상병 시인님의 귀천이 실려있었다.


그 시를 정말 좋아해서, 시집을 사서 읽었다.




귀천,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나는 인간혐오자이다.

그래서 혼자 숨어 있고 싶어 하는지도 모른다.


노트르담의 곱추는 외형이 문제시 되었지만 나는 내면이 문제리다.


어제는 프로젝트 오픈 일정으로 상담을 가지 못했다.

정신과에서는 이제 약을 줄이자고 했다.


점심시간 산책길

며칠 안경을 쓰고 다녔더니 벗으면 어지럽다.

길을 지나가는 사람들의 얼굴을 이렇게 자세히 본 건 거의 처음이었다.


사랑스러웠다.


저마다의 이유로 서로 웃고, 한숨을 내쉬고

저마다 고른 옷들을 입고, 저마다의 생각을 하며

저마다의 모양으로 걷는 사람들


아, 피조물

누군가가 만들어낸 작품


그것이 조물주이든, 유전자이든, 진화이든, 단백질이든, 원자이든, 그리하여 공(空)이든


이 아름답고 신비로운 일들을

직접 경험하고, 관찰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음이 느껴졌다.


나는 무슨 숙제를 더 풀어야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작가의 이전글마흔-656 기록, 스몰토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