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653 내가 한국조직 생활이 가능해진 이유

세상이 바뀌었다

by Noname

끼리끼리라고,

대학교 친구들 중 자주 어울려 다닌 우리 네명 중

가장 무던하고, 한결 같은 다운언니를 제외하고는

몇년 이상 장기 근속을 한 사람이 없다.


그도 그럴 것이 기가 쎈 편이랄까

아닌 거에는 꼬박꼬박 아니라고 말해야하는 스타일이다.

그렇다고 남에게 피해를 주는 건 또 좋아하지 않아서 공중도덕은 잘 지키고, 착한데 수 틀리면 엎는달까


그게 그 당시에는 흔치 않았다.

누구는 바보라서 참냐고 하지만

우리는 바보인 줄 알면서도 참을 수 없는 성격을 타고 났달까


이른바 헛똑똑이들


그렇다고 뭘 단체로 엎고 다닌 건 아니다.

하지만 각자가 다니던 회사는 잘 관두고 나와버렸다.


자유롭고 유쾌하다보니 어딜가든 잘 적응하고, 똑부러지지만 똑부러지다보니 그런거 같다.


그래서 다들 프리랜서로 오래 일을 한 편이다.


우스갯소리로 솔직히 우리가 MZ세대 1세대 일지도 모른다고 했다.


나 역시 굉장히 자유로운 편이었다.

건강을 잃은 후에 안정적인 생활을 고려하게 되었고, 정착이라는 걸 해볼까 마음을 잡았더랬다.


사회생활 잘 해봐야지. 싶었다.


내가 유해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세상이 변한거였다.


미투운동으로 성희롱이 발생하면 피해자가 나가야하는 상황이 사라졌다.

내가 한 일을 가로채는 상사, 본인의 잘못을 덮어씌우는 갑질이며, 시기 질투 등등이 발생하면 직장 내 갑질로 가해자가 처벌 및 평가를 받게 되는 세상이 되었다.


한 직장에 장기근속을 하는게 미덕처럼 여겨졌던 세상이 특히나 내가 몸 담고 있는 IT업계에선 굳이 그럴 필요가 없는 세상이 되었다. 이른바 평생 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지고 있다.


팀장이라고 팀원을 하대하면 안 되는 문화가 자리를 잡고 있고, 자유로운 휴가는 당연하다. (물론, 난 언제나 그렇게 살았다. 타당한 이유가 없고서는)


토익 문제를 풀다보니 누군가의 휴가로 회의가 연기되는것, 당일 제출한 기획서를 리뷰하자는 상사에게 내일 보자고 하는게 답이 되더라.


야근이며 주말 근무, 철야 역시 IT업계에선 너무도 당연했는데, 그런 일은 이제 라떼 이야기가 되었다. (수당이 없는 회사도 있었다.)


내가 변한게 아니라 세상이 변했다.

운 좋게 그 흐름의 선도기에 끼어있다가, 주류에 편입된 케이스


결혼만 해도 그렇다. 나의 또래들은 모두 결혼 압박에 결혼을 한 친구들이 많았고, 나 역시 압박을 잠시 받았었으나 어쩌다보니 결혼을 하지 않아도 괜찮지 하는 시대로 밀려왔다.


그런데 사실, 내가 사회 초년생 시절에 경험한 조직의 문화란 한국의 그것과는 달라서 원래 이렇게 살았었다. 봉사활동을 다녀오기 위해 관두고, 그 이후 나랑 맞지 않는 곳을 전전하다 보니 여러가지 일들이 있었던 것 같다.


잘 맞는 곳도 좋지만

잘 맞지 않는 곳에서 배운 것들이 많다.

고마운 일이다.


다양한 경험들을 했기에

더더욱 나로 살아갈 수 있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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