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해
회사에서 친하게 지내는 과장님이 계시다.
나와 비슷한 성향이라 서로 동기부여도 되고 매우 고마운 분이시다.
나보다 나이가 4살 가량 적었던 것 같다. 사회생활에서는 나이를 따지기 보다는 그냥 존대하고, “님”호칭을 쓰는게 여러모로 익숙하기도 하고, 유익하기에 딱히 나이는 상관하지 않는 편이다.
종종 말을 놓아달라고 하시는 분들도 계신데, 그러면 내가 너무 늙어보일거 같다거나 하는 이유로 말을 놓는 경우는 거의 없다. 회사를 나온 경우 친밀도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지만 어쨌든 공적 사이는 공적 사이로 남겨둔다.
내게는 일종의 프로토콜이다.
묵시적 관계 상 규약된 약속이랄까
대학생 때 CC를 두번이나 해서 대학 남자동기들을 두개의 과에서 수십명을 후두둑 잃은 나로서는 처음 정의된 관계가 다른 상태로 전이 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니 모임에서 만난 사이는 모임에서 만난 프로토콜 대로, 회사에서 만나면 회사에서 만난 대로 그외 여러가지
관계가 다른 상태로 전이되는 일은 거의 없다.
전이가 되려면 프로토콜의 수정이 필요하다.
묵시적으로 정의된 관계라고 하더라도, 묵시적인 변이를 받아들이긴 어렵다.
처음에는 그러려니 했던 것도, 명시적으로 상호 양해와 협의가 필요하다는 거다.
어제 과장님이 카톡 중 갑자기 말을 놓으셨다.
묻지도 않은 것에 상세하게 대답하시면서 왜 말이 짧아진건지 궁금해서 참다 못해 여쭤봤더니 손이 불편하면 종종 말이 짧아진다고 하신다.
친해지고 싶어서 그런건지 귀찮아서 그런건지 궁금했던건데
엊그제 밤에 약 먹는걸 깜박해서 본래의 내 까칠함이 낭왔던 걸까
뭐 궁금할 수 있는 거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