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
눈물이 뚝 떨어졌다.
10여 년도 훨씬 전에
어린 시절부터 좋아했던 내셔널지오그래픽 사진전에서 작은 빙하에 고립된 엄마 북극곰과 아기북극곰을 봤다.
마음이 너무 아팠다.
워낙 자연을 좋아하다 보니 예전 남자친구들은 나의 성화에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못하고 주머니에 모아 다닐 정도였다.
사람에겐 무심하게 굴어도, 재활용 제대로 안 한걸 보면 성화를 부리기 일쑤였다.
하지만 북극곰의 사진을 보곤 전혀 다른 차원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십 년 넘게 북극곰 타령을 하니 사람들은 내게 북극곰 굿즈를 선물해 주었다.
동생은 북극곰을 생각해 집에서 에어컨을 가급적 틀지 못하도록 하는 내게
동생이 더위 먹어도 북극곰이 중요하지!! 하며 원망했고, 나는 거기에다
너는 시원하게 할 다른 방법이 있지만 북극곰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데 죽어가는 거잖아라고 했다
지금은 동생 역시 북극곰을 좋아한다.
한때 북극곰과 코끼리, 펭귄을 그려서 나의 개인전을 하고 싶었던 때도 있었다. 인스타에서 그런 작가님이 계시다는 걸 알고, 나는 북극곰 그리기를 그만두었다.
내 방에는 비전보드라고 해야 하나
컨설팅 장표에 흔히 있는 미션과 실행계획을 적어 벽에 붙어놓았다.
거기엔 “북극곰이 행복하게 사는 세상”이라고 상위에 적혀있다.
그게 내 삶의 상위 가치이다.
한때는 너무 마음이 아프고, 힘들었다.
아프리카에 간 것도 사실은 북극곰을 생각하며 문명의 이기를 누리고 살아가는 나 자신에 대한 속죄였다.
면허를 늦게 딴 것도 거기에 있다.
보다 허물을 벗고, 지구에 가깝게 살아보고 싶었다.
그 후 얼마간은 무력감과 냉소에 빠져버렸다.
십여 년 전부터 경고되던 기후위기와 북극곰들을 그렇게 등한시하던 사람들이 여전히 그렇게 살고 있거나, 이제 와서 그렇게 난리라니
북극곰도 이제 알아서 적응하고 살아야지
그게 누구 탓이든 도태되고 멸종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나는 북극곰을 늘 생각한다.
북극곰을 비롯한 모든 지구의 존재들이 행복하길 정말 간절히 바란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열심히 잘 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