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644 15분

금쪽같은 시간

by Noname

생각해보니 옛날에 웹에이전시에 잠시 다녔을때,

매일매일 15분 단위로 작업 내역을 기록해야했었다.


그당시의 나는 미하엘 엔데 작가님의 “모모”를 읽었었고, 여유를 잃지 않은 순수한 영혼이었기에


그 시스템이 매우 비인간적이라고 비난했었다.


어차피 우리집 아이들은 너무도 성실한 아버지의 등을 보고 자랐기에 아무리 게으름을 피우고, 거드름을 피워도 그 누구보다 성실하기로 자자한 평판을 갖고 있다 보니, 타성에 의한 통제라는 걸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것 같다.



그 후, 프리랜서로 전향을 하고는 프랭클린 다이어리를 썼다.


생각해보면 자진해서 촘촘하게 시간 관리를 하는건 매우 좋아하는 편이다.


15분

15분을 아끼기 위해서 마을버스를 타지 않고 자전거를 타거나 걷는다.

15분을 아끼기 위해서 제대로된 식사를 하지 않고 밥버거를 길거리에서 먹었었다.

15분 머리카락 하는데 적은 시간을 들이기 위해서 내 손으로 직접 내 머리카락을 잘랐던 시간이다.

15분 샤워하는 시간이 아까워 빠르게 씻고 나오는 시간이다.



15분 이내로 용건을 간단히 하기 위해 메시지 답을 빨리한다.

15분 아무리 통화를 오래해도 15분을 넘어가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15분 내가 매순간 아끼기 위해 노력을 들이는 시간


그 시간 아껴서 뭐하냐구요?


동생이랑 같이 밥먹고, 대화하고

사랑하는 사람들 만나서 웃고 떠들고,

운동 조금 더 하고, 공부 더하고, 책 더 읽어요


그래서 전 평소에 연락 할 시간이 없어요

컨텍스트 스위칭이 어렵기 때문에

카톡이 오면 빠른 시간 내에 대화를 마치려고 칼답하거든요. 그래서 전화도 받지 않아요.


제 삶은 그렇게 차곡차곡 만들어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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