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
20대에는 정말 많이 꾸미고 다녔다.
새로 사는 옷의 8할은 운동복이 된 이 시점에
길을 가다 쇼윈도에서 본 내 취향의 재킷을 샀다.
지난 금요일 입고 나가고 싶어서 옷을 입으려니
칙칙한 얼굴이랑 잘 어울리지 않아서 아침 일찍부터 화장을 했다.
차마 운동화를 포기하진 못하다가 문득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치장을 하는 건 정말 보통일이 아니구나 싶었다.
“예쁜 건 정말 대단한 거구나.”
여성을 기준으로 치장을 하려면
아침부터 씻고, 머리 하고, 화장하고, 액세서리를 고르고, 옷을 입고, 가방에 신발에 참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런 정성과 시간을 들일 여유와 동기가 사라진 나에겐 너무 어려운 일이 되었다.
최근 친구가 피부과에서 시술을 받았다며 여러 번 추천하기에 나도 한번 해볼까 하고 피부과에 갔다.
피부과에서 추천하는 예뻐진다는 시술은 모두 어마어마하게 아프다.
고통을 꽤나 잘 참는 나조차도 눈에서 눈물이 또르르 흘러내렸다.
정말 꾸준히 관리함으로써 보기 좋은 예쁜 상태를 유지하는 사람들은 정말 대단하다.
오래전에 친구의 사촌동생이 턱수술을 받은 이야기를 들었었다. 병원에 입원해서 일주일 동안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피를 뱉어낸다는 이야기
나는 무서워서 성형수술을 할 엄두도 내지 못하는데 그 모든 용기와 고통의 감내, 그 끝에 아름다운 얼굴을 갖는다는 게 얼마나 경이롭고 대단하던지
가꾼다는 건 자기 관리의 일부이다.
예쁘고 아름다울수록 유리하게 풀려나간다.
실제로 외모는 최고의 스펙이라고, 연봉 차이나 계약의 성사 등에 관한 연구에서 밝혀졌듯
그건 정말 대단한 능력이다.
친구가 옛날처럼 꾸미고 다나라고 했다.
아 내가 그럴 수 있나,
서서히 늙어가는 얼굴을 보고 있노라면
그래서 이 치열한 종족보존의 경쟁 속에서 도태된 걸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 되냐던 이모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듯하다.
인생은 마흔부터 진짜 시작이라는데
이제야 어느 정도 삶을 이해할 것 같은 이 시점에
정말 중요한 게 뭘까 싶기도 하다.
아름다움과 예쁨이라는 건 너무도 주관적인데
그저 시각적인 아름다움과 예쁨이라는 게 노력한다고 나에게 어떤 스펙이 될 수 있을까
그런데 이제 와서 그런 스펙이 내게 적용이 되는 건지도
내게 필요한지도 잘 모르겠는 거다
어쨌든 방법과 도구가 산재해 있는데
그냥 넋 놓고 SNS 속 예쁜 여성들을 보며
에이 됐다 잠이나 자자 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