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고향에 불이 나서 며칠 동안 진화하지 못하다가 어제 겨우 진화가 되었다고 한다.
비가 내렸다.
나무들이 타 죽은 그 자리에 잿더미와 비에 젖은 연기가 피어오를 그곳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
그곳에 살던, 벌레들이며 새들이며 동물들은 모두 어디로 갈까
화마에 스러진 많은 생명들의 안녕과 명복을 동시에 빈다.
마음이 아프다.
그렇다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지금 당장 뭐가 있을까,
사실 내가 데이터분석을 공부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그 모든 기후데이터와 생명들의 데이터를 모두 모아 작은 불씨 하나의 시발을 즉각적으로 포착하고, 막을 수 있다면
어딘가 마른 낙엽이 수북이 쌓인 곳에 자연발화하여 불씨가 피어오르든
어떤 바보 같은 사람이 불씨하나를 내던지든
그걸 미리 찾아낼 수 있다면
어려서부터 내가 꾸는 악몽은 사건이 벌어지기 전에 대비하고, 계획하는 꿈이었다.
그러니까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주로 좀비인데, 좀비가 나타나기 전에 최적의 경로와 자원을 확보해서 사람들을 안전하게 지키는 거였다.
그런데 사람을 그렇게까지 좋아하지 않는 나는
북극곰이나, 작은 풀벌레와 잡초들의 안녕을 더 걱정한다.
식물도 괴로우면 소리를 지른다는 뉴스를 방금 봤다.
생명이다.
며칠 전 창가에 둔 포인세티아 화분을 베개를 치우다가 건드렸다.
네 개의 가지 중 하나의 가지가 '툭'하고 부러졌다.
부러진 곳에선 하얀 피가 가득 뿜어져 나왔다.
눈물이 날 뻔했다. 너무 미안했다.
급하게 wwf에서 준 팔찌로 가지를 붙여주었다.
새잎이 돋아나고 있는 멀쩡한 가지이기에 더욱 마음이 아팠다.
아직까지 잎이 생기를 잃지 않은 걸로 봐서는 어설픈 나의 조치가 그래도 그 한 가지를 지켜주었나 보다.
너무 고맙다.
마음이 아프다.
울적하다.
불을 10곳이 넘는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났다고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민폐가 되지 않도록 나의 몸을 건강히 하는 일과 공부를 하는 거다.
20대에 배운 것들이 지금은 아주 간단한 방법으로 누구나 할 수 있는 것들이 됐다.
분명 내가 공부하는 것들도 그렇게 될 거라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그 본질, 그 고민과 포기하지 않고, 하나하나 차근차근 이해하면서 얻은 지식과 통찰로 작은 송충이 하나 더 살릴 수 있다면 좋겠다.
물론, 나는 어떤 존재를 도울 수 없다는 걸 안다.
그냥 내 마음 편하려고 하는 일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너무 아프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