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590 안락사 혹은 성공

아프다

by Noname

나도 알고 있다.


등대지기로 철저한 고독에 갇혀 살기에눈 어쩌면 나는 너무도 나약하다는 걸


누군가가 필요하다는 것도 알고 있지

하지만 없는걸


급체를 했다.


일요일부터 수면 부족

월요일은 건강검진과 이사로 오후 네시 식사

위내시경

오늘도 수면 부족


이대로 집에 가면 안 될 거같았다.


한의원에 갔다.


오랜만에 손가락 발가락 20개를 땄다.

선생님께 검은피 나오냐며 장난을 쳤다.


선생님은 검은 피는 아닌데 검은 피라고 해야겠죠? 하시며 검은 피라고 해주셨다.


본죽을 세개로 소분해 달라고 해서 나눠 먹으라고 하셨다.


회사에 두었던 캐리어를,

기어코 이 몸으로 끌고 지하철을 탔다.


침을 맞고 난 직후엔 괜찮았는데

컨디션이 점점 나빠졌다.


동작에서 갈아탔는데 반대로 탔다.


여의도까지 가서야 겨우 알아차리고, 다시 돌아왔다.


급행을 보내야한다며 수없이 정차했다.


그냥 눈물이 났다.


“나 아파.” 한마디 할 사람이 떠오르지 않는다.


내겐 그런 사람이 없는걸까

내게 그런 사람을 들이지 않는 걸까


내게 그런 사람을 들이지 못하는게 맞다.


나같은 사람이 질병에 대한 리스크을 안고 살아가기 위해선 성공을 하여 돈으로 나 자신을 지키거나,

존엄하게 죽을 수 있도록 안락사가 허용되어야한다.


뭐가 나쁘다는 거야

어차피 병을 이겨낼 의지나 이유가 없는 자에겐

고통 받다가 가거나 지금 당장 가거나 매한가지다.


삶이 고통의 연속이었는데 가는 길 좀 편하면 어때서


자야겠다.


오늘도 운동을 못하다니 그래서 암울한 생각들이 스멀스멀 올라오나보다.

작가의 이전글마흔-591 독립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