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589 4월 순댓국을 먹은 날의 대화

그때까진 좋았는데 체했지

by Noname

어제 점심을 먹고 차장님과 커피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처음 이야기한 건 나의 이사 이야기였다.

단순한 이사 이야기에서 시작되어 같은 건물에 사는 대학교 친구와 함께 저녁을 먹은 이야기를 하다가 친구가 키우는 두 마리의 고양이를 보여드렸다. 그중 한 명이 아주 강아지와 같이 손도 주고, ‘앉아’도 하고, 던져주는 간식을 받아먹기도 했다.


아주 강아지 같다고 이야기를 하다가 차장님은 주말에 언니분이 입양한 강아지를 보여주셨다.


베이지색 푸들이었다. 정말 너무 귀여웠다. 이모와 키우던 강아지를 보내고 알레르기가 생겨서 못 키우게 된 이야기를 하자, 차장님은 사실 개를 무서워한다고 말씀하셨다.


혹시 어릴 때 무슨 일이 있으셨는지 여쭸고, 아주 어린 시절 외할머니께서 키우던 두 마리의 셰퍼트 중 한 마리에게 깔렸었다고 한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아주 어린 시절 기억도 없는 일인데도 개가 너무 무섭다고 하셨다.


아마 이 작고 귀여운 베이지색 푸들에게만은 그렇지 않게 되실 수도 있어요. 그러길 바라신다며 두 손을 모으셨다.


그리고 두 번째는 “누군가와 사는 것은 힘든 일이다”하는 주제가 됐다.

얼마 전 크게 싸우셨다며 불만을 말하지 않고 쌓아두던 것이 아주 많이 쌓여있더라고, 이야기를 들어보니 나와 동생의 상황이었다.


성향 차이는 차치하고, 두 사람이 있는 세상에서는 서로가 상대적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내가 동족혐오가 있는 것 같다. 다가가면 찔릴 것 같은 사람은 슬금슬금 피하게 된다.


여하튼, 차장님은 INJT라고 하셨고(어쩐지 느낌이 매우 좋으셨다고!) 남편분은 ENTP인지라고, 그런데 가정 일을 본인이 더 많이 하는 것에 불만이 있더라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셨다.


차장님, 혹시 집안일해두신 거에 칭찬해 주셨어요? 칭찬봇이 되어야 하는데!


칭찬? 아니 그보다는 여러 번 말한 거를 안 해놓은 거에 잔소리를 했지.


ㅠㅠ 저 같은 경우엔 동생이 어지럽히는 건 사실 그럴 수 있었거든요, 그런데 제가 그렇게 한 거에 작은 부분들 혹은 본인도 잘하지 않는 부분을 저에게 지적하면서 잔소리를 해서 이지경이 된 거예요. 누구나 사랑하는 사람한테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어서 뭔가를 열심히 하는데, 그걸 하나 알아주고 인정만 해주면 되는데 되려 내가 한 건 너무 당연하고, 그 외의 것에 잔소리를 듣게 되면 무기력해져요. 아무리 해도 저 사람에게는 사랑받을 수 없구나. 인정받을 수 없구나. 하면서 마음을 닫게 되더라고요.


그렇구나, 아주 도움이 되었어. 10년을 넘게 같이 살았는데 역시 어려워.


그래서 인격수양이라고 하나봐요, 차장님. 저는 이제 혼자라 너무 좋아요.


라고 했다가 오후에 급체를 해서 서러워서 어제 그랬다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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