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550 소강상태 혹은 쉬어가는 중

되게 어려울 것 같아요.

by Noname

문득 얼마 전 회사 대리님께서 내가 하는 일이 되게 어려울 것 같다는 말씀을 하셨었다.

그래서 솔직하게 대답했다.


"그래요? 저는 그냥 쉬어가는 중인데."


솔직히 말하면 난이도가 높지 않다.

모든 부분이 난이도가 높지 않다.


ISP컨설팅을 하는 것도 아니고, 자료가 전혀 없는 판에서 새판을 짜는 것도 아니고,

내가 잘 모르는 분야를 단시간 습득해서 강의자료를 만들고, 강의를 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마치 고레벨 캐릭터로 저 레벨 인스턴트 던전을 도는 느낌이다.


잠을 자면서도 고민을 해서 풀어내야 할 문제도 없고

문제라는 거라고는 개인적인 부분들인데

이제 그런 고뇌와 고통도 너무 뻔하게 돌아가는 게 보여서

어느 정도는 관조할 수가 있다.


그래, 이런 시기에 이 무료함에 배를 두드리면 무슨 일이 생긴다.


물론, 보통은 무슨 일이 생기기 전에 내가 일을 쳐버렸지만


그래도 쉬어가야 하지 않겠나 싶다.


공부는 하지 않고 있다.

연애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걸 인정하기 시작했다.


인생 최고 난도인 '타인과의 직접적 접촉의 삶'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 사라졌다.


나는 혼자가 잘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몇십 년을 읊조렸으니

말하는 대로 된 셈이다.


조용히 때를 기다리면 된다.


이 소강상태를 모르는 건 아니니 즐기면 된다.

능력이라는 건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다.


굳이 어렵게 살지 말자.


책 읽고, 충분히 자고,


그러고 보니 어릴 때부터 시험 전날엔 충분히 잤다.

딱히 평소에 공부를 하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럭저럭 괜찮았다.

그래서 한 친구가 나에게 말했다.


"너는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잘할 거야."


이제는 내가 나를 그렇게 믿어줄 차례다.

30대 이후 왜 이토록 노력에 집착하게 되었을까.

아마 아빠가 아프면서 욕심이 생기고 나서부터겠지.


그런데 이제는 내가 책임질 사람은 나뿐이지 않은가.


굳이? 나를 들들 볶을 필요가 있을까?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세상은 잘 돌아간다.

그런데 왜?


영웅이 되고 싶은 마음인가?

태어날 때부터 슈퍼히어로로 태어나지 못했는데?


평범하게 이 세상의 체재에 맞춰 살아가는 이들 또한 위대한 영웅들이지 않은가?


그렇다면 이미 나는 나 자체로 충분한데,


무엇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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