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535 애플워치 뱃지가 모두 날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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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name

애플워치 데이터를 벌써 두번째 날렸다.


트레이너선생님께서 “그거 모으면 뭐가 좋아요?‘하시던 목소리가 들렸다.


웃음이 나왔다.


한때 “개구리중사 케로로”를 정말 좋아해서 맥도날드 해피밀 장난감에서 케케로빵 스티커까지 참 많이도 모았었는데 한순간에 이모가 다 가져다 버렸다.


이런시절에도 내가 좋아하는 인형들을 갑자기 어느날 엄마가 다 버렸던 기억이 있다.


그러게 소중하게 하나하나 모은게 한순간에 사라진다.


모래성과 같다.


선생님도 그렇게 열심히 뱃지를 모으셨었는데, 너무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해서 의외였다고 하셨다.

사실 요즘 뱃지보다 맥모닝 맥그리들에 빠져서 있긴하다.


오늘 집을 나오는데 맥모닝 맥그리들을 먹을 생각에 애플워치 충전기를 두고 나왔다. 결국 맥모닝도 못먹고 시계는 운동을 마치고 나니 30퍼센크의 배터리가 남아있었다.


학원이 끝나고 운동을 하러 경기도로 이동해야하는데 난감했다. 그 사이 버스를 놓쳤다. 배차가 25분이다.


운동을 마치고, 월요일 아침까지 친구네집에 머물며 고양이를 돌보고 있기에 이동하려는데 코앞에서 또 버스를 놓쳤다. 25분 배차



퍼니파우더의 “트립”이라는 노래가 있다.

중학생때 정말 좋아했다.


버스를 타고 가는데 길거리 푸릇한 나무 밑에수 예쁘게 포즈를 취하고 사진을 찍는 두명의 20대로 보이는 여자분들을 봤다. 잠시 후엔 아빠와 자전거를 타고 있는 딸을 봤다.


고개를 들어올려 버스의 작은 에어컨 구멍 두개를 멍하니 바라봤다.


그냥, 눈물이 흘렀다.


모든 순간이 이렇게 소중한데

살아있는 모든 순간이 다큐인데



중학생 시절, 아침에 느즈막히 일어나 8시 10분에 하는 “개똥이”까지 다 보고, 가방도 없이 학교에 가서 하루 종일 만화책을 보다가 피카츄 돈까스 사먹고, 자율학습도 하지 않고 그길로 집에 오던 나였는데, 물론 중간에 컴퓨터 학원을 갔던 기억도 있다. 그땐 또 목이 꺾어져라 하늘의 별들을 보고 다녔는데.


“지쳐가는 5분에 인생을 거는” 내가 되어있을 줄이야


뭐든 적당히


오랜만에 날이 좋아 옥상에 올라가 선생님과 워킹런지를 했다.


이게 내 생에 몇번이나 더 허용될까

나는 이걸 언제까지 재미있다고 여길 수 있을까

나는 언제까지 맥그리들이 맛있어서 자꾸 먹고 싶을까


그래서 또 눈물이 났다.


상담선생님과 뭔가를 하는데에 빠지는 그 느낌을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꼭 뭘 해야하고

꼭 뭔가에 빠져야만 하나


운동을 하지 않는 나는 누구이며

책을 읽지 않는 나는 누구이며

공부를 하지 않는 나는 누구인가


정체성, 나라는 사람.


뿌듯함, 그게 과연 중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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