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은 없어
감정이라는 걸 어느 순간부터 믿지 않기 시작했다.
이와같이 감정은 속 알맹이도 없이 밀려들어오니까
나는 지금 “보고싶다”는 감정을 느낀다.
이 느낌은 아랫배와 명치 사이의 공간이 깊은 구덩이라도 만드는듯 저린 느낌이다.
그리하여 나는 보고싶다는 감정을 몸으로 느끼고 있는데, 솔직히 전혀 보고싶은 사람은 없다.
이 감정은 습관적으로 생성되었다.
그래서 심심하면 내 몸에 또아리를 틀고, 머릿속을 뒤적이며 퀘퀘 묵은 기억 한가닥이라도 찾아내서 탐욕스럽게 집어삼키려는거다.
그런데 어쩌나, 끌고 올 기억이 없는데
어렴풋한 10년전의 사랑이라는 감정 역시 식은지 오래라서 잿더미 뿐이다.
갈퀴로 아무리 긁어대봐야 소용이 없다.
털어서 나올게 없는데, 무슨 수로 감상에 젖을까
감정은 습관성이다.
감정을 위해서 종종 대상을 만들어내곤 하는데
어쩌면 그 편이 내 정신을 홀리기에 수월하기 때문이다.
어림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