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존경스럽단 거죠
전 직장에서 함께 일했던 과장님이 어제 낮 인스타그램으로 말을 거셨다.
만삭의 몸으로 지난 겨울 을지로까지 찾아오셨던 과장님은 현재 출산 후, 아이를 키우기 위해 일은 쉬고 계신 중이다.
교육사업을 처음 하기 위해 기존 사업을 인수인계 받았었다.
당시 회사 교육팀장님은 매우 방어적이었고, 날이 서있었다. 그당시엔 몰랐지만 일을 하면서 그러실 수 밖에 없었다는 걸 깨달았다. 나도 그렇게 되었으니까.
어쨌든, 과장님은 내게 매우 고마운 존재였다. 당연히 내가 처음 하는 분야이기에 직급을 따질것도 없이 과장님께 여쭤가며 일을 해내갔다.
과장님은 뜬금없이 말씀하셨다.
"그 받아들이는거 책임님은 엄청 잘하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존경스럽단거죵, 전 진짜 멘탈이 약한거 같아요. 조금만 제가 생각한 거랑 달라도 멘탈이 무너져요."
"저도 약해요. 그냥 별 오만가지가 다 저랑 안 맞는 이 세상에서 살아남으려 적응하다보니 일일히 스트레스 받기 힘들어서 놓아버렸습니다."
"그 놓아버리는게 대단하신거 같아요. 저는 왜 그게 안 될까요. 어떻게 해야할까요. 노하우가 뭘까요?"
"엄청 까이면.... "
"그냥 무너져 봐야 하는거네요!! 책임님 보고싶어요."
그리고 사실 말씀 안 드린게 있는데, 까이기 싫어서 기술사 딴거에요.
그렇기도 하지만 이미 그때도 기술사였다.
어느 정도 내 자신에 대한 전문성을 내가 공인된 자격으로 확신할 수 있게 되니까, 내가 모르는 걸 모른다고 말하고 배우는게, 물어보는게 두렵지 않아졌다.
그렇게 공부했으니, 모르는게 있는게 당연하다는 걸 인정하게 되었달까.
배울수록 겸손해질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다양한 일을 하면서 늘 초심자의 자세를 유지하는 건 중요하다.
하던 일을 계속 해가며 편하게 살라고 하지만,
새로운 일을 하면서 새롭게 배워나가며 성과를 내는 희열은 그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경험이 된다.
얼마전 회의를 마치고 깊은 한숨을 내쉬는 팀장님께 농담을 했다.
"저는 정말 과장이라서 다행이에요."
그 한숨의 무게를 알기에, 그리고 사실은 그 한숨이 깊었던 팀장 시절이 있었기에
그 한숨이 가벼운 날숨이 될 수 있게 지금도 부단히 공부하고 있다.
처음 하는 일 중 가장 어려웠던게 팀장직이었다.
팀장직은 다른 류의 리더와는 또 다른 어려움이 분명히 존재한다.
미리 경험해보고 준비할 수 있다는 건 참 감사할 일이다.
그런데, 부모님은 얼마나 어려울까?
교체 불가능한 무기한의 자식들이라는 존재는, 착하고 잘 맞는 아이라면 그건 정말 신의 선물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