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506 헬스체크, 생존신고

증거

by Noname

어제에 이어

생각을 해봤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답을 얻었다.


“health check”

네트워크로치면 L4/L7 스위치에서 서버상태를 체크하기 위한 기술이다.


가동 상태 확인, 혹은 감시


그러니까 사람들이 무의미한 말이라도 주고 받는 이유는 다정함일 수도 있다는 거다.


나는 너를 잊지 않았어

나는 너를 사랑해

나는 너와 연결되어있어

너는 혼자가 아니야

내가 너를 신경쓰고 있어


그로써 나도 혼자가 아님을 확인하는 중이야


어린시절 상당한 시간동안 불가피하게 방치된 적이 있다.

그리고 매번 방학이면 부모님은 어린동생들을 키우기가 벅차 나를 외가댁에 보내곤 했다.


그편이 낫기도 했다. 어린 동생 둘을 보는건 어린 나에겐 힘든 일이기도 했다.


그때라도, 부모님은 외할머니를 통해서라도 헬스체크를 해주셨어야했는데, 그때의 단절이 지금의 나를 만든 것 같다.


집으로 돌아가기로 한 날이 아닌데 걸려오는 전화는

대체로 불미스러운 일이었다.


그래서 명확하게 의도를 말하지 않고

전화를 한다거나, 만나자고 하면

나는 불안감에 휩싸이곤 한다.


아련한 기억이 하나 있다.


외할머니댁에 가있던 나를 외할머니가 데리고 읍내에 나오셨고,

엄마는 남동생을 데리고 읍내에 나오셨다.


우리는 목욕탕을 함께 갔다.

남동생이 내게 속닥 거렸다.


“누나, 나랑 같이 집으로 가서 놀자.”


나는 외할머니를 뒤로하고 남동생이랑 같이 엄마를 따라 집으로 갔다.


그날 외할머니는 나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가 헛헛한 마음에 우셨다고 했다.


그때가 아마 이종사촌 남동생이 태어나기 전이었고,

내 남동생이 살아있던 때였으니,


5살쯤 되었을 때인가보다.

그때 그일이 충격적이었던것 같다.


나의 즉흥적인 행동으로 인해 누군가를 아프게 했다는 기억


보고싶다.

살아있는 엄마라도 조만간 뵈러 가야겠다.

마침 또 다음달이 아빠 제사라고 하네


죽은 사람을 보고싶어하는 쓸데없는 일로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도 사람의 일이지


나는 그들의 기도로 지금 그런대로 잘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여튼 나를 넘치게 사랑해준 가족이라는 존재는 다 죽어버려서 세상 살기 헛헛하다.


그래도 고등학교 친구들과 대학교 친구들이 있으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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