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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449 내가 좋은 사람이라니

그러려나

by Noname

언젠가 새벽에 누군가와 대화를 했다.


“다른 사람들이 누나를 좋은 사람이라고 하는 건 누나가 정말 좋은 사람이기 때문이에요.”


좋은 사람,

좋은 사람이라는 건 내가 되고 싶었던 환상이지 내가 아니었다.



나는 나에 대해 너무나도 속속들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내게 있어 나는 결코 좋은 사람일 수 없었다.


무엇보다, 나 자신에게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

나는 정말 악독했다.


그런데 주위에서는 나를 좋은 사람이라고 했다.


괴로웠다. 나는 그렇게 좋은 사람이 아닌데… 그렇게 어린 시절부터 뭔가 그런 평을 들으면 나도 모르게 숨어버리거나, 일부러 못되게 굴거나 해버리곤 했다.


”나를 봐, 나를 봐, 내 안의 괴물이 이렇게 자랐어. “


나는 내게 괴물이었다. 우라사와 나오키 작가님의 몬스터에 나오는 저 대사를 읊조리며 나는 스스로 괴물이어야만 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야 나로 인해 그 누구도 다치지 않을 테니까.


언젠가부터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아마, 내가 명상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부터였고,

본격적으로 매일 일기를 쓰며, 다양한 방법으로 나를 알아가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이제는 나의 모든 모습에 애정을 갖고 있다.

언젠가는 360도 각각의 모습을 갖고 있는 나 자신에게 누군가가 실망을 할 거라고 생각했다.


단지 나의 한 부분만 보고 나를 좋게 평가한다고 생각했고, 그건 너무 부조리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 보니 사람들은 나의 못된 모습도 귀여워해주고, 나의 모진 말도, 나의 모진 눈빛도 사랑으로 품어준 거였다.


그리하여 그들에게 나는 그저 좋은 사람, 좋아하는 사람이었다는 걸 알았다.


내가 그들을 그렇게 사랑하듯이


이 고마움을, 이 감동을, 이런 삶의 경이를,


그러니까 한 존재가 다른 존재로부터 무한히 그 존재함을 사랑받고, 사랑할 수 있음을


어떻게 더 감사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이 기적을 언제까지나 함께 누릴 수 있을까


나의 기적들, 우리의 기적에

어떻게 감사하지 않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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