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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447 촛불

꺼뜨리기

by Noname

활활 타오르는 촛불을 꺼뜨리는건

찰나에 이루어진다.


산소가 통하지 않게 유리컵을 뒤집어 놓더라도

꺼지는 촛불에게는 긴 시간일지라도

바라보는 사람에겐 그리 긴 시간은 아니다.


요즘 넷플릭스에서 리빙위드유어셀프 라는 드라마를 보고 있다.


어린시절 만화영화에서 손톱을 가져다 버리고 둘이 되는 에피소드를 보고, 한결같이 내 자신이 여럿이길 바랐기에 매우 흥미로웠다.


다만, 내가 바란 나의 분신들은 기억을 공유해야한다는 전제가 있지만


어제는 주인공의 클론이 자살을 하려던 장면이 나왔다.


이래저래 자신의 생명을 꺼뜨리기 위해 총구를 겨누어보지만 쉽지 않았다. 그 뒤 이야기는 아직 못 봤다.


아주 어린시절부터 수만번도 넘게 내 머릿속에서 스스로를 죽여왔다.


문득, 스스로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어차피 죽을 목숨인데, 뭐가 그리 스스로가 밉고, 원망 스러웠던가


법정스님께서 사바세계에 대해 말씀하시기를

“참고 견디는 것“이라 하셨다.


나는 정말 인생을 날로 먹으려고 했구나

그러나 지금까지 성실하게 잘 살고 있구나


인간은 언젠가 누구나 죽는다.


보험 보장 기간이 100세까지가 아니라 다시 보험을 들어야한다는 친구들의 말에 아연실색했지만,


어쩌겠나, 기대수명은 늘어나고 있으니

초연하게 잘 살아내자.


참고 견디지 말고 향유하고 즐기는 삶을 누려야지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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