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노처녀의 고백
외롭다.
이건 고독한 것과는 다른 감정이다.
원망스럽다.
그러나 원망할 대상이라는 건 눈을 씻고 찾아봐도 내 자신 밖에 없다.
답답하다.
역시 나를 깊이 이해해주고, 응원 해줄 사람은 내 자신 뿐인 걸까.
두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를 만나기엔 두렵다.
불안하다.
모두가 각자의 사람을 만나서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데, 나만 그렇지 못할까봐.
후회된다.
한살이라도 어릴때, 좀더 용기를 냈더라면 그랬다면 누군가를 만날 수 있었을까?
긴 연휴였다. 첫날을 제외하곤 줄곳 혼자였다.
다른 때 같으면 이 시절을 기쁜 마음으로 즐겼을텐데, 그렇지 못했다.
외로웠고, 원망스러웠다.
왜 나는 혼자일까?
물어봤자 답은 이미 알고 있다.
남이 가족이 되는 신기한 일을 바라면서도 바라지 않는다.
가족도 결국엔 남이라는 걸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외로움과 정면승부를 해야할 때가 왔다.
혼자서 몇십년을 굳세게 살다 돌아가신 우리 외할머니 생각이 자주 난다.
외할머니는 종종 엄마에게 외롭다고 하셨다고 했다.
그 감정을 나는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는 깊이 이해할 수가 있다.
내가 이해하지 못했던 감정들을 이해하기 위해서 경험할 수 밖에 없는 걸까.
그렇다면 다행이다.
'사랑의 기원'이라는 뮤지컬 헤드윅 노래가사에서 보면 반으로 나뉘어진 영혼이 하나가 되는 것이 사랑이라고 한다.
오늘 영화 '엘리멘탈'을 봤는데, 정반대인 물과 불이 사랑을 하고,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고, 서로를 통해 자아를 실현하는 내용이었다.
내 사주를 보면 수금지화목토가 놀랍게도 매우 고르게 들어가있다.
성향 역시 이성적이면서 감성적이고, 차가우면서도 뜨겁다.
쌀쌀맞으면서도 다정하고, 단순하면서도 복잡하다.
여성스러우면서도 남성스럽고,
씩씩하면서도 연약하다.
아! 그렇지.
나는 반반치킨이다.
역시 나는 혼자서도 충분하니까 혼자일 수 밖에 없는 거구나.
어느 노처녀의 합리화
한살이라도 어릴때, 연애를 합시다.
긴 상담 끝에 선생님께 세뇌를 당했나보다.
나를 잃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