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426 밀린 일기

어제 일기

by Noname

574일 동안은 그냥 잠들어도 집착적으로 새벽에 깨어나서 일기를 쓰고 잤는데

오늘은 그냥 날이 밝았다.

새벽에 깨긴했는데, 외할머니 꿈을 꿔서 일어나지 않았다.


외할머니는 여장부같은 분이셨다.

그 시대에 키도 175의 장신이셨고, 피부도 곱고

강단이 있으신 분이셨다.


뭐든 혼자서 척척 잘하셨다.

이모들이 어릴때 그당시에는 잘 입지 못했던 미니스커트를 외할머니는 그때 아니면 언제 입겠냐며 예쁘게 입으라고 하셨다고 한다.


첫 사위는 우리 아빠인데, 아빠와의 결혼을 반대하셨다는 것과는 달리 아빠는 외할머니께 엄마라고 살갑게 잘하시고, 외할머니도 아빠에게 살갑게 잘하셨다. 그러다보니 이모부들도 외숙모도 외할머니를 엄마라고 하며 누가 딸이고, 누가 아들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내 자식 귀한줄 알아 다른 집 자식도 귀하게 대하셨다.


그 시절엔 으레 집안 행사가 있으면 며느리를 시킬법도 한데, 일도 엄마랑 이모들이 외숙모가 오시기 전에 거의 다 해놓고 그랬다.


외가에서 어린 시절을 많이 보낸 나는 친가 쪽의 가부장적인 문화에 익숙치 않았다.


요즘 남대문 옆에서 일을 하다보니 서울역을 자주 지나간다.

내가 아주 작은 아이였을때부터 어느 정도 클때까지,

외할머니는 서울에 계신 이모할머니외 이모를 보러 오시곤 하셨다.

그때마다 등과 손에는 시골에서 직접 기르신 작물을 바리바리 챙기시고, 다른 손에는 내 손을 꼭 잡고 오셨다.


꿈에 나오시다니

아빠가 병에 걸리시기 전에 나오신 뒤로는 처음인데

그때의 느낌은 아니다. 그냥 일상적인 꿈이다.

로또 번호는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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