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422 억지다

똥고집

by Noname

알고있다.

그건 억지다.


난 고집이 쎈 편이다.

하기 싫은 걸 해야하면 꼭 상대를 골탕 먹인다.

앞뒤가 없다.


억지다.

아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고 싶다.

그래서 억지를 부린다.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결국은 내뜻대로 한다.


고집이 쎄다.

굽히는 척 하지만 타당한 근거가 없이는 한번 아닌건 아니다.


언제부터 이렇게 고집불통이었나.


내 안에서 괜히 고집 부리는 너는 누구냐


내 자아가 만들어낸 허구의 나를 위해서

나는 그걸 내 꿈이고 삶의 이유라고 합리화 한다.


억지다.

내가 사랑받을 자격이 없다니


억지다.

내가 내 꿈을 이루지 못할 거 같다니


억지다.

모든게 억지다.


그런데 때로는 지금 당장 편한 선택을 할 수 있음에도

이렇게 끝까지 저항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억지를 부리고,

모든걸 망쳐버린 줄 알았는데


뒤돌아보면 내가 가야할 길 앞에선

나도 모르게 굽히고, 나약했다.


그 당시에 손해를 보더라도 그랬다.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하더라도 그랬다.


억지부리거나 단숨에 굽혀버렸다.


지금 당장은 설명할 수 없겠지만

내 본성이 이끄는 방향이라서


나도 어쩔 수 없다.


달콤한 사탕 발림일지라도

내 안에서 아니라고 억지를 부리는데에는 당해낼 재간이 없다.


어쩌겠나. 그런가보다 해야지.

아무것도 아니어도 괜찮다.


그게 맞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내겐 맞지 않는 걸


좋은 옷은 내가 입어서 편하고, 즐거운 옷이다.


네가 입은 옷이 비싸고 좋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내게 좋은 옷은 아니다. 내게 맞는 옷이 아니다.


너는 어쩌면 좋은 사람일지 모른다.

너에게 내게 필요하고, 편안함과 충만감을 주는 사람일지라도


내게 너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상대가 무한히 맞춰주면 당연히 본인은 편하고 행복할 수 밖에 없다.


다시는 누군가에게 맞춰주지 말겠다고 몇백번을 다짐하며 사는지


그래도 요즘엔 경보기가 빨리 울린다.


억지를 부려서라도 그 손아귀에서 빠져 나오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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