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421 존엄사는 면죄부인가

존엄사 합법화 찬성론자

by Noname

존엄사에 대해서 꾸준히 고려하는 나로서는

우리나라에서 존엄사가 합법화되지 않는다면

충분히 이민도 고려하고 있다.


친구는 말했다.


“태어난 죄”라고


기독교에서는 원죄를 이야기한다.

그래야 면죄부의 판매가 합리화 되니까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존엄사는 면죄부인가


우선 존엄사를 하고자 하는 이유를 생각해 보자.


1. 살고 싶지 않다.

2. 병에 걸린 경우,

2-1. 현대 의료기술을 이용한 연명이 과연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주는 행위인가,

2-2. 그렇다고 자연사할 때까지 그 고통을 인내해야 하는가

3. 박수칠때, 그러니까 적당히 우아하게 생을 마감하고 싶다.


결국은 태어날 땐 자의식의 반영이 됐는지 지금의 나로서는 알 수 없지만 죽을 때만큼은 내 뜻대로 하고 싶다.


생로병사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단지 그 과정에서의 고통을 수용할 것인가의 문제가 된다.


그러니까 그 삶이 주는 고통조차 달게 받을 것인가


그 고통이란 정신적일 수도 있고, 육체적일 수도 있다.


축복받은 자는

건강하게 살다 어느 날 때가 되어 자다가 조용히 생을 마감한다고 한다.


그런 행운이 얼마나 될까


차라리 그렇게 따지면 순식간에 사고사하는 것 역시 축복일까?


그런데 고통이 없는 죽음만이 축복일까?


우리 아빠는 암투병을 4년을 하셨다. 6개월 이야기했던 걸 항암을 하시며 버티셨다.


그러나 초기엔 자살하려고 하셨다.

그게 녹록지 않아서 겨우겨우 고통을 다 이겨내시다가 더 이상 연명치료를 하고 싶지 않으시다 하여 (더는 쓸 약도 없었지만) 호스피스 병동에서 돌아가셨다.


가족들에게는 여한이 없는 선택이었다.

그게 아빠가 가족들에게 준 선물이었지만 그 선물을 위해서 상상조차 되지 않는 고통을 매 순간 겪으셔야 했다.


장례식장에서 통곡을 하며 나는 말했다.

“그래도 아빠가 더 이상 아프지 않아서 다행이유.”


(난 원래 사투리를 쓰지 않지만 충청도 분인 엄마아빠를 위해 일부러 쓰곤 한다.)


우아하게 죽을 권리를 보장받을 자격이 있을까?


나쁜 짓만 못했던 우리 아빠는,

평생 건강하고 강했던 우리 아빠는

왜 그런 고통에 점철된 최후를 맞이해야 했을까


왜 병에 걸리셔야 했을까?


무슨 죗값을 치르셔야 했던 걸까?


이유는 없다.

그냥 자연의 섭리였다.

만약 그렇게 이유가 없을 거라면

죄값으로서의 고통이 아니라는 이야기가 되고

굳이 받을 이유도 없는거 아닌가


물론 아빠에게 죄가 없을 거라 단언할 순 없다.

그도 인간이었다.


존엄사를 하는 건 자연 준 삶의 일부로써의 고통을 거부하는 걸까


달면 삼키고, 쓰면 뱉듯


그러나 어쨌든

죽음만이라도 나는 우아하게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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