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420 재미있다.

아드레날린

by Noname

전 직장에 다니면서도 한번 일기에 쓴 거 같다.


내가 느끼는 '재미있다.'는 포인트


나는 분란을 좋아하는 지도 모른다.


어린 시절부터 부조리와 헛소리를 그냥 보아 넘기지는 않는 편이었다.


그도 그럴게 아빠를 닮았다.

아빠가 끝까지 모든걸 참은 헛소리는 엄마의 말도 안 되는 투정과 억지 뿐이었다.


부조리한 걸 보면, 하다못해 TV광고에서도 말도 안 되는 걸 보면

아빠는 꼭 바른 말로 일침을 가하셨다.


나는 그걸 듣고, 보고 자랐다.


할거면 제대로 해라.

가훈이 정직과 성실이라고 초등학교 1학년 때, 한번 말씀하시고

그 모든걸 그의 등으로 보여주신 분이다.



그러니, 나는 그렇지 못한 설렁설렁한 어른들을 보면 참을 이유가 없다.

버스에서건 학교에서건 헛짓거리를 하거나, 부조리하게 느껴지는 건 말해야하는 성미가 됐다.

보고 배운거 같다.


종종 생각보다 바른 말이 먼저 나갈때가 있다.


요즘엔 이걸 선비질이라고 한다고 한다.


그래도 나이가 들어 많이 유해져서 웃으며 재미있다고 넘기기도 한다.


그런데 오늘 보니, 내가 아끼고 좋아하는 사람에게 그런 식으로 하는 건 또 가만히 못 참고

한소리를 하게 된다.


그들에게는 내 또래의 딸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에게는 그 또래의 멘티들이 있다.


일에서 만난 사람들이다.

함부로 반말하는 걸 참아줄 이유는 없다.


"반말은 지양하시구요."


나이가 많고, 경험이 많은건 존경하고 존중하지만 공사 구분 없는 태도는 역시 참아주지 못하는구나.

당연히 일로 만났으니, 사는 있지도 않은데 왜 반말을 ㅎㅎ


문득 회사에 암살 전담 특전사 출신이라던 대리님이

"과장님은 공과 사 구분해서 공적일때 깎듯하게 하면 되는 거죠?"하고 대뜸 물어보시던 생각이 났다.


"아이~ 뭐." 아무리 친한 사이도 괘념치 않는다. 공은 공이고, 사는 사다.

좋은게 좋은 거 하는 부류를 가장 기피한다.


지난 일기를 보다보면 사회생활을 하면서 그런 분들에게 일침을 가해서 문제를 해결한 사연은 많다.

여러번 말하지만 나는 진상처리반이다.


오랜만에 피가 돌고, 재미있다고 느꼈다.


아 나는 그냥 이렇게 살려고 태어난 사람이구나.

역시 대학원은 커뮤니케이션 쪽으로 가야하려나.


그런데 이게 재미로 끝나려면 '적당히' 해야한다.

적당히 선은 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면 나는 그때부터 꽈배기 천개 먹은 악날한 인간이 되어버린다.


역시 난 비열한 인간이다.

화가 나면 사실관계로 예의 바르게 빈정거리고, 자존심을 밟아버린다.


난 진짜 못됐구나.


옆에서 그런 나를 지켜보시던 기술사님께서 말씀하셨다.


"이상아 기술사, 진짜 못 됐네."


"그쵸? 저 진짜 못 됐어요."


심지어 인정도 잘한다.

그러게 왜 그랬어.

상냥하고 겸손한 나의 태도를 보고, 만만히 대해도 되는 사람이라고 판단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그러니까, 그게 잘못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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