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에 찾아온 동창의 어머니
2017년 8월, 아빠 장례식이 끝나고였다.
"00엄마가 너 보러 왔다고, 그냥 멀리서 너 보고 가더라?"
00이는 초등학교 동창이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는 같은 중학교를 다녔는데, 그 친구도 그때는 친구가 생겨서 나와 어울릴 일이 없었다.
총 정원 13명 중 여자아이들 8명, 남자아이들 5명이었다.
유치원때부터 얼굴을 봤으니 7년 정도.
00이네는 부자라는 소문이 있었다. 옷도 되게 예쁘게 입고 다녔던 기억이 있다.
언젠가 한번 그 친구를 따라 그 친구네 집에 놀러간 적이 있는데,
엄청 높은 언덕을 하염없이 올라가서, 이런 길을 매일 오가는데 너 정말 날씬하다고 말했던 기억이 있다.
그때 00이 어머니를 처음 봤던 것 같다. 키가 크고 예쁘셨다.
음식을 내어주시곤, 흐뭇해하셨던 것도 같다. 돌아오는 길엔 00이네 아버지께서 태워다 주셨던 것 같다.
그 기억이 전부이다. 다른 기억은 없다.
어떻게 하다가 놀러갔는지도 모르겠다.
얼마나 친한 사이였는지도 모른다.
언젠가 일기에 쓴 것도 같다.
운동을 못하고 누워있는데 페이스북에 00이의 글이 있었다.
본가 내려가서 본가의 마당 사진을 올려 둔 글이었다.
그냥 생각이 났다.
그 00이도 아니고, 그 친구의 어머니께서 거의 30년을 본적이 없는 나를 보려고
아빠의 장례식에 오셔서 내겐 인사도 하지 않으시고 가시다니
물론 00이 역시 너무 오래 연락을 하지 않은 사이라 아빠의 장례식에 올 사이는 아니었다.
그냥, 생각할 때마다 마음이 뭉클하다.
그냥 때로는 누군가가 그저 잘 살고 있겠거니 하면서
떠올리고는 넘기는 일이 많다.
그 발걸음이 너무도 감사하다.
어쩌면 초딩상아도 꽤나 괜찮은 꼬맹이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