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모삼천지교
어릴 땐 몰랐다.
나의 10대는 죽음에 대한 고뇌와 그걸 피하기 위한 만화책과 컴퓨터 공부 밖엔 없었다.
몸이 약했으나 매일 매 순간 누구도 아프게 하지 않고 죽을 방법을 고민하느라
공부할 시간이 없었다.
친구의 말로는 내가, 딱히 교과서로는 공부하지 않고, 그저 책을 많이 읽었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영어도 독해 문제집만 봤고, 국사도 독학국사를 보았다. 도서관에서 여러 책들을 봤고, 만화책은 수업시간에 봤다.
“상아야, 넌 조금만 하면 되는데…”
“선생님, 왜 공부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여러 선생님들, 담임선생님을 포함 여러분께서 독려를 해주셨지만 설득은 되지 않았다.
나는 수학의 정석도, 성문기초영문법도 본 적이 없다.
나란 인간은 “왜”가 없으면 움직이질 않는 인간이다.
제발 그냥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인문계 고등학교에 갈 생각도 없었고
대학을 갈 생각이 없었다.
그냥 운이 좋게 인문계고 시험에 붙었고
그냥 운이 좋게 서울로 대학을 왔다.
후회했다. 어차피 대학에 갈 거였다면 정말 조금만 더 힛걸
그러나 대학 생활을 하며 꽤나 좋았다.
나는 소중한 사람들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우리 대학교 학생들은 대체로 선하고, 독하지 못하고, 성실한 학생들이다.
서울에 있는 대학인데 뭐 그냥 그런 순위의 학교이다 보니 더더욱 그런 것 같다.
성실하고 정직하고 착한데 독하진 못한
여하튼 이제야 깨달은 공부 해서 좋은 학교에 가야 하는 이유, 좋은 회사에 취업하라는 이유
성실하고, 노력하는 좋은 사람들 틈에서 보고 배워야 하는 것이다.
적어도 나는 공부를 했어야 했다.
어차피 살아야 했다면
좀 더 잘 살고 싶은 게 나의 욕심인데
이 독기와 열정을 나는 20대에야 겨우 깨달았다.
사람이 마음이 아프면 판단능력이 사라진다.
마음이 아팠던 그때
그리고 그 결과의 현재
그러나 내 가까운 미래의 결과를 만들어낼 지금을 잘 살아야지.
초등학생 때는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고등학생 때는 “어디로든 길은 있다.”
그렇게 생각하고 살았다.
그러고 보면 고등학생 때,
나는 내 이름 앞에 “멋진 이상아 님”이라고 꼭 쓰곤 했다.
어쨌든 지금의 결과는 나의 최선이다.
만들어가면 된다. 충분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