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412 내향인의 사회생활 : 연수

IT회사

by Noname

IT직군에 있는 분들은 대체로 내향인이 많고,

MBTI에서 보기 어렵다는 INTx유형이 과반수가 넘으리라고 나는 감히 예상할 수 있다.


그래서 내향인의 연수는 침묵으로 시작된다.

어색할 것도 없다.

어차피 다들 머릿속에 딴 생각 중이다.


연수를 받으며 아무리 친해져도 동석은 잘 하지 않으며, 버스에서 하차하자마자 눈앞에 보여도 못본냥 사라진다.


어젯밤 박수치며 분위기를 맞추느라 다들 지쳐버렸다.

저녁식사 이후, 2차 술자리엔 몇몇만 남아있었다.


당연히 나도 거기 끼지도 않았을뿐더러, 룸메분과 단둘이 있느니 차라리 내가 나와서 돌아다녔다.


경력직으로 입사날이 같았던 대리님이 계신데,

내적친밀감은 있으나 인사만 하는 사이이다.


그게 내향인 간에는 가장 최대의 친한척이다.

서로 불편할 수 있고, 더 할말도 없으니

후다닥 자리를 피한다.



아침에 혼자 밥을 먹는데, 먼저와서 앞에 앉으셔서는 말을 거신다.

“과장님, 저랑 입사 동기 인거 아시나요?“

“당연히 알죠, 근데 내향인이라서…최선을 다해서 인사했어요!”

“그런데 교육하고 하실땐 전혀 안 그러시던데, 일이라 그런건가봐요~”

“그쵸 일은 해야죠.“


다른분들께 나와 입사동기라며 많이 말씀하고 다니셨다고 한다.


서로간의 배려로 일년이 넘는 시간동안 인사만 하고, 두마디 이상 하지 않았던 거다.


감사하게도 나를 아시는 팀장님, 차장님들께서 연수에 오시는 분들께 “이상아 과장이랑 잘지내라, 챙겨줘라”해주셨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내향인이라

모기 같은 소리로 쭈뼛쭈뼛 다가가

“아… 저 그 0000님께서, ”


사회용 멘트인지 다들 내 칭찬을 그렇게 하셨다며 몇번씩 이야기를 해주셨다.


칭찬은 전해 듣는게 더 기분이 좋다.

본래도 남이 뭐라고 하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아닌 이상은 관심도 없지만

사실은 입사 후 얼마 되지 않아 있었던 사건도 있고,

조금은 피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그덕에 더 안전한 회사라는 생각에 소속감까지 느끼고 이렇게 사회생활을 거부감이 적게 하고는 있지만 말이다.


다들 최선을 다해 사회성을 발휘하고,

녹초가 되어서는 일단은 나부터가 부리나케 지하철로 도망을 쳤다.


어쨌거나 거기서 나이가 제일 많았고, 그 덕인지

기념품 수령이나 건배사 같은 걸 시켜주신데다

어쨌든 집으로 빨리 가고 싶어서


나는 정말 홀연히 사라져 집에 왔다.

나이가 들면 나보다 나이가 어리신 분들이 어렵다.

나름 사회생활을 하신다고, 있는 힘껏 챙기신 걸텐데.


빨리 사라져주거나 알아서 피하는게 낫지 않을까


늦은 시각에 갑자기 같은 조였던 대리님께 카톡이 왔다.


음, 나도 어서 사회화가 되어야할텐데

마음에 없이는 참 그게 어렵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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