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너는 임마, 바보야."
"내가 그런가. 허허허."
지하철 9호선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힘든
큰 목소리로 소란스러운 할아버지들
70~80세는 되어보이신다. 어쩌면 90세 경이실지도 모르겠다.
이전 대통령보다 못한 놈이라느니하시면서 친구들을 돌아가며 바보라면서 핀잔을 주고,
또 그게 좋다고 다들 왁자지껄 웃으셨다.
그러다가 두어분이 내리시고, 하염없이 인사를 하시고
그러다가 고속버스터미널역에서는 핀잔을 주시던 할아버지 한분이 남으셨다.
할아버지는 노인석에 앉으셔서 씁쓸하고 처연한 표정으로
지하철을 내려서도 하염없이 손을 흔들어대는 그 '바보'친구를 또 하염없이 바라보고 계셨다.
머리는 이미 다 하얗게 새고, 피부는 말라붙어있고, 얼굴엔 검버섯이 가득해도
그 옛날 친구들과 소싯적과 같이 만나서 신나게 놀았는데
그들 중 몇몇은 이미 세상을 떠났고,
남은 친구들 몇몇이 얼마만에 만나 회포를 풀고,
같이 탄 지하철을 제각기 내려고 떠난다.
"너도 곧 가겠지. 나도 곧 갈테고."
적어도 나의 관점에서는 그렇게 보였다.
나는 늘 모두를 그렇게 보내니까.
그런데 그렇게까지 죽음이 명백하게 다가온 노년의 삶이란
그 삶에서 아직 살아있는 친구들을 만난 하루란
'문00'이 무슨 소용이고, 바보면 어떻고, 소란스럽다고 사람들이 째려보면 좀 어떻고
절박하게 이 순간들을 넘치도록 주워 담아야하는 걸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하는 순간의 기쁨을 위해 살아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을 수록 유리한 게임이다. 인생이란
그러나 누군가와 함께인 사람들은 아직 모른다.
사랑하는 사람과 충분히 좋았다가, 미웠다가, 다시 부둥켜 안고
아직 살아있어줘서 고마운 그 마음이 무엇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