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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name Jan 29. 2024

마흔-315 나를 아끼는 시간

식사 잘 챙기기

을지로에 을지다락이라는 맛집이 있다.

근처에서 프로젝트를 할때 딱 한번 가봤는데 줄이 길어서 여간해선 엄두를 내기가 어렵다.


그런데 거기 차돌박이들깨파스타가 밀키트로 나온 것이 아닌가.

한달에 한번 정도 밀키트를 시켜 만들어 먹는데 포장지에 “나를 아끼는 시간”이라고 적혀있었다.


사실 먹는 것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 편이었다.

삼시세끼 차리고 먹고 치우는 시간이 못해도 1.5시간 이상 들어가기에 하루로 치면 무려 4.5 시간을 버리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씹지 않아도 되는 간편식을 선호하는 것도 아주 오래된 습관이었다.


물론, 다른 사람이 차려주거나 먹자고 하는 것들을 거부하진 않는데다 눈앞에 있으면 땅과 하늘과 바람과 희생된 동식물과 음식을 만드신 분들과 여러가지 요인들을 생각하며 매우 감사히 잘 먹는다.


음식을 가리지 않는 이유도, 음식을 잘 남기지 않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다만 나의 본질은 알약 하나로 한달치 식사에 드는 시간은 아끼고 싶다는 성향이었던 거다.



우리 몸에 들어가는 음식이 나를 이룬다는 걸 생각하지 못한 건 아니지만 나보다는 다른 재화들을 더 귀히 여긴 탓에 나를 소홀히 대한 것도 있다.


그런데 요즘엔 정신을 차렸다.


잘 차려먹고, 몸에 좋은 것만 찾아먹는다.


운동을 이 정도 하고, 때가 되면 보약을 지어먹고, 영양제도 잘 챙겨먹고, 이제는 잠도 잘 자는데


내가 원하는 만큼 체력이 따라주지 않는데에 필시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다.


물론 지난 몇년간은 운동식단을 해오긴 했지만 주로 인스턴트나 가공식이 포함되어있어 물리기도 물렸고.



친구 남자친구 조차 좀 맛는거 먹었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었고, 그때부터 더 잘 챙겨먹고 예쁘게 세팅해서 먹고 있었는데


바로 전에 만난 분이 워낙 음식에 대해 까다롭게 이야기를 해주기도 했고, 나에게 마지막 남아있던 도무지 이햐하고 싶지 않았던 “먹기 위한 행위”들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달까.


어쨌든 소요되는 시간이 아까운건 사실이나

몸이 축나서 고생하고 버려지는 시간을 따져보면

애초에 잘 챙겨먹는게 나을 것 같다.



그렇다고 일반식을 즐기는건 아니고 건강식 위주로


뭐든 필요한 때에 필요한 가르침이 오는 법이니

이참에 나를 더욱 극진히 모시게 되었으니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렇게 치면 저런 독은 왜 집어 삼키는건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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